서교동성당 게시판
대구에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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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구에 다녀왔다. 난생 처음 가는 곳이고 물론 난 그곳에 아는 친척이 하나
도 없다. 학기 중에 왠 여행을? 아니다. 어제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
가셔서 상가집에 다녀온 것이다. 원래는 한달 정도 더 사실 줄 알았다는데 갑작
스럽게 돌아가셨다고 한다. 언제쯤 누구나 한번 겪을 일이라며 스스로 자신을 다
스리는 친구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처음으로 상가집에서 밤을 새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아직은 내가 그에게 힘이될
일이라고는 이렇게 같이 밤을 같이 보내며 영혼에게 안식을 주는 일 뿐이지만 이
런 느낌과 함께 참담함이 찾아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친구는 어머니께서 장쪽에 관련된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틀 째 꼬박 잠도
안자고 식사도 안하고 있었다. 돌아간 이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기 위한 것
임에 우리는 그에게 밥을 권할 수도, 휴식을 취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다만 그
가 가끔 우리 곁에 와서 앉아 이야기 하고 싶을 때, 따뜻하게 받아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으니까.
친구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얼마전에 서울에 와서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으실
때도 정작 당신의 아픔과 삶에 대한 집착 보다는 아들이 자신때문에 흔들려서 길
을 못 찾을 까봐 하는 것에 더 걱정을 하셨다..
친구의 한마디가 평소보다 깊게 다가왔다. " 정말 당하고 나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이지만 부모님한테 잘해라.. " 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서울행 기차를 타면서 착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정말 소중한 것을 다
시한번 되새기게 된 시간이 되어 가슴 한 구석에서 뿌듯함으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