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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경순 [veronicam] 쪽지 캡슐

2003-04-24 ㅣ No.2480

사실은 한참 전 이야기입니다.

한동안 제 마음에 두고 두고 반추했던 일인데 이제 한번 올려봅니다.

 

평일 미사에 신부님께서 이런 강론을 하셨습니다.

사실 내 자신이 누구를 두고 ’얼라리 꼴라리’(즉 악의는 아니지만 흉을 본 것)한 것은

속 마음을 들여다 보면 그것이 내가 그 사람을 부러워한 것일 수 있다...

저도 가볍게 하하 웃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럴 수 있겠지,뭐..... 우리가 성인인가?  성인비슷하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만 해도 어디야???

(사실 노력하는지도 의심스럽지요,ㅎㅎ)하고요.

 

파견 성가 반주도 끝나고 끝기도도 끝나서 주섬 주섬 피아노 뚜껑을 닫는데

한분이 제가 다가왔습니다.

’아이고 성님, 제가 가끔 성님 살림 못한다고 얼라리 꼴라리했는데 오늘 신부님 말씀듣고 보니 내맘에 성님 부러워한 것 갑소..’

 

사실 그땐 그게 저에게 뭔 뜻으로 한 말인지 몰랐습니다.

빨리 나가서 차마셔야지, 혹은 집에 가야지...그 생각으로 바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며칠 지난 후에 자꾸 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몰론 그 자매님도 그런 일로 저를 놀리긴 했지만 저도 무심히 들었기 땜에(사실이기도 하고,,^^) 그분도 악의로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 맘에 깊이 상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빠르게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그 사람에게 고백(말이 좀 그렇지만..)하는 일이 쉬운 일 같지는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잘못한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도 맘으로,’악의는 아니었으니까...’혹은 ’그때 그럴 수 밖에 없었잖아..’라든가

’저는 잘했나??’라고 억지를 쓰면서 의식 밖으로 밀어내거나 뭉갠 일이 참 많습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그 사람을 보고 웃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미워하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듭니다.

미워하고 내 미움이 정당성을 지니게 하기 위해 얼마나 힘을 들여야 하는지요.

그러느라 내속도 문드러지구요.

 

어제 저녁도 그 자매님이 김치도 못담궜지?하고 흉보고 준 묵은 김치와 김치 무우를 꺼내 맛나게 밥을 먹으면서 참으로 순박하고 예쁜 그분의 영혼을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런 고백을 해야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저는 그분만큼 용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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