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제22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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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1999-08-28 ㅣ No.220

                        연중 제22주일(가해, 1999. 8. 29)

                                                   제1독서 : 예레 20, 7 - 9

                                                   제2독서 : 로마 12, 1 - 2

                                                   복   음 : 마태 16, 21 - 27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제 서서히 더위가 물러가고 있는지 아침, 저녁으로는 참으로 시원합니다.  그래도 아직 한 낮에는 여름처럼 덥기도 합니다.

  "어느 여름날 더위에 지친 사자와 멧돼지가 물을 마시기 위해 작은 샘물가로 왔습니다.  서로 먼저 마시려고 하던 그들의 다툼은 결국 목숨을 건 싸움으로 커져버렸습니다.  싸움을 하다가 말고 숨을 가다듬기 위해서 잠시 쉬던 사자와 멧돼지는 자신들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 떼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미운 감정을 접어두고 말했습니다.  ’서로 싸우다 시체가 되어서 까마귀와 독수리의 먹이가 되느니 차라리 사이좋은 친구가 되는 편이 낫겠네.’"

  우리의 생활 속에서 가끔 너무도 얄미운 사람을 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공들여 해 놓은 것을 슬쩍 자신이 한 것처럼 생색을 내거나 가로채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봅니다.  요즘은 살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힘은 들이지 않고 결과만을 가지고 가서 이익만을 챙기는 아주 못된 사람들을 너무도 쉽게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생 삶의 대가인 재산을 후손들을 위해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내어놓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누구나 머리 속으로는 자신의 것을 내어놓은 분이 아주 훌륭하고 자신들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과정 속에서 오는 어려움은 거치지 않고 결과만을 얻으려고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맙니다.  이러한 모습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이든 신앙인이 아니든 모두에게 똑같이 나타납니다.  신앙인이란 주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 약속하신 것은 우리가 주님의 삶을 본받고 살아갈 때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신앙인들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에만 참여하기 바라며 수난 하시는 주님과 함께 하기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십자가 죽음을 통하여 이룩된 것입니다.  죽음 없이 부활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희생과 봉헌 없이 주님의 약속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난을 예고하시는 예수님께 베드로가 "주님 안됩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리자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구나!"하고 꾸중하십니다.  사탄이란 반대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반대하는 자.  자신의 아무런 희생이나 봉헌 없이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려면 첫 번째로 자기를 버려야 하며 그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바빌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집트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유다 왕조 말기에 너희가 아무리 그래도 너희는 바빌론에 망하고, 지배를 마땅히 받아야 한다라고 하느님의 소식을 전합니다.  그래서 반역자가 되어 온갖 고충을 당합니다.  예레미야는 하느님의 말씀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는 사나이였습니다.  외롭게, 홀로, 모두에게 미움을 당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충실한 종이었습니다.  고통을 당하던 예레미야는 다시는 주님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말자고 다짐하여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강한 불길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결국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하느님의 일은 단순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러한 편안함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고 사람들로부터 고통을 당할 수 있지만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진정한 제사, 참다운 예배는 바로 자기 자신을 산 제물로 바치는 것이라고 로마인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제물은 동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신앙인은 단순히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우리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분명 예레미야 예언자처럼 사람들에게 고통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이겨나가며 우리를 산 제물로 바쳐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번 한 주간의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어려움을 극복하여 진정한 삶의 모습을 전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노력하지 않은 결과는 우리의 것이 아니며,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 사람이 되도록" 기도하며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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