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3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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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1999-09-07 ㅣ No.228

                        연중 제23주일(가해, 1999. 9. 5)

                                                   제1독서 : 에제 33, 7 - 9

                                                   제2독서 : 로마 13, 8 - 10

                                                   복   음 : 마태 18, 15 - 2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영 종잡을 수 없는 날씨입니다.  어떻게 입고 다녀야 하는지, 밤에는 무엇을 덮고 자야 하는지 말입니다.

 

  대한 민국의 남자라면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그 무엇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군대를 갑니다.  여러분도 다녀오셨거나 아니면 아들이나 애인이나 친구를 군에 보냈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군대에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아도 보초 경계를 게을리 한 지휘관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길게 군대 생활을 하거나 짧게 군대 생활을 하거나 입대하는 날부터 전역하는 날까지 꼭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보초의 경계근무입니다.  경계근무 즉 보초를 서거나 아니면 불침번을 서는 것입니다.  보초는 누구나 하는 것이니까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지만 보초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 한 사람에 의해서 전체가 죽을 수도 있고 살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모두가 잠들거나 방심해 있어도 보초는 제자리를 지키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보초는 적군의 접근이나 위험을 알았을 때 즉시 전체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러면 보초는 자기의 사명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초가 그만 겁에 질려서 도망을 가거나 자기 혼자 사라져버린다면 그 보초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초가 위급한 소식을 알렸는데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것은 알고도 행동하지 않은 그 자신의 책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전하는 파수꾼, 보초로 불리움을 받습니다.  "너 사람아,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보초로 세운다."  그의 소명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한 모든 사람들의 죄의 책임을 묻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죄와 불신으로 완고해진 세상과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정의를 세운다는 것은 힘겹고 외로운 전쟁입니다.  만약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고도 그러한 사명을 다하지 않고 회피한다면 그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하느님께서는 경고하십니다.  

 

  우리는 죄는 어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저질러지고 그 책임을 그 개인에게 물어야만 합당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성서의 말씀은 죄는 개인의 잘못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형제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잘못을 일깨워줄 책임이 신앙인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에제키엘 예언자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예언직은 곧 불의가 만연한 이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하느님 말씀을 전해야 하는 우리 신앙인의 모범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사랑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 좋은 예가 자녀가 잘못하면 부모는 매를 들어가면서 그 잘못을 일깨워주려 하는 모습입니다.  자녀가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것을 부모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 안에 잘못한 형제가 있을 때 개인적으로 먼저 이야기 해주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두세 사람의 증언을 구하며, 그래도 안되면 교회 전체에 알려서 잘못한 자의 잘못을 일깨워 주고 하느님께 회개하도록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본인 스스로 짊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시비를 가리고 판단하는데 있어서 철저히 공정을 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중한 마음으로 상대를 들여다보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왜냐 하면 우리의 순간적인 감정과 분노 때문에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주관적인 신앙의 잣대로 남의 잘못을 함부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인간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합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잘못한 이를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의무입니다"라고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로마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초가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위협을 알리듯이 우리도 우리자신을 돌아보고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사랑의 의무를 다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번 한 주간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며 올바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며 겸손 되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의무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로마 1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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