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잠시 떠나면서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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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1999-09-27 ㅣ No.275

이 글은 "아직도 기다림이 남아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이정하산문집에서 얻어서 적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이유 없이 밀려오는 쓸쓸함 때문에 기차를 타고 어디 먼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으실 테지요.

 

아니면 이제 막 낙엽이 물들어 가는 한적한 숲길을 끝없이 혼자 걷고 싶기도 하겠지요.

 

가능하다면 사랑의 시를 한 편 써 보고 싶기도 하구요.

 

나뭇잎들이 우듬지 끝에서부터 조금씩 물들어 가는 이 가을날.

 

당신에게 한 가지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왜 단풍잎이 새빨갛게 물든다고 생각하십니까?

 

계절의 끝이 다가오니까 마지막으로 울부짖는 걸까요?

 

단풍잎이 빨갛게 물드는 까닭은 마지막을 아름답고도 깨끗하게 끝맺으려는 자연의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하루를 마감할 때의 저녁놀처럼 말입니다.

 

그렇듯 아름답고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단풍잎.

 

우리도 그런 마음가짐을 닮으면 얼마나 좋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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