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달팽이의 반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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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영 [엉뚱이] 쪽지 캡슐

1999-09-27 ㅣ No.279

제가 일요일 즉 26일 주일미사를 빠지며 동해바다를 갔다왔어요

왜 주일미사까지 빠지면서까지 갔다왔었어야 했었었는지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은 아실꺼라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무척이나 힘들답니다. 아마두 사람들이 저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음.. 바다를 보고있으니깐 증말 편안하다라구요. 근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 혼자였다는 것.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갈 거에요.

글구 ??에게 고마웠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날 술먹고 그사람이 우는 절 위해 어깨를 빌려 줫답니다. 그래서 고맙다구...

동해가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아쉽게도 다 정리를 못했답니다.

얼른 빨리 정리를 할 수 있게끔 노력할께요

글구 제가 좋아하는 글을 하나 올릴까 합니다. (난영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봤으면 좋겠어요)

 

 

달팽이의 반쪽사랑

 

아주 오랜 옛날의 일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숲속 구석에는 달팽이 한 마리와 예쁜 방울꽃이 살았다.

달팽이는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방울꽃은 그것을 몰랐다.

토란 잎사귀 뒤에 숨어서 방울꽃을 보다가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 버리는 것이 달팽이의 관심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아침마다 큰 바위 두 개를 넘어서 방울꽃 옆으로 와서는,

 "저어,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

라고 하는 달팽이의 말이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는 방울꽃 곁의 바위 밑에서 잠 못 들던 것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잠시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서 있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민들레 꽃씨라도 들을까 봐 아무 말 못하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숲에는 노란 날개를 가진 나비가 날아왔다. 방울꽃은 나비의 노란 날개를 좋아했고, 나비는 방울꽃이 하얀 꽃임을 좋아했다. 달팽이에게 이슬을 주던 방울꽃이 나비에게 꿀을 주었을 때에도 달팽이는 방울꽃이 즐거워하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다.

 "다른 이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해주는 거야."

라고 민들레 꽃씨에게 말하면서 까닭 모를 서글픔이 밀려드는 것 또한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방울꽃 꽃잎 하나가 짙은 아침 안개 속에 떨어졌을 때, 나비는 바람이 차가워진다며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떠나갔다.

나비를 보내고 슬퍼하는 방울꽃을 보며 클로버 잎사귀 위를 구르는 달팽이의 작은 눈물 방울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비가 떠난 밤에 방울꽃 주위를 자지 않고 맴돌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이제 또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그때서야 씨앗이 된 방울꽃은 달팽이가 마음속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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