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간만에 잡은 씩씩한 남자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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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 [marta71] 쪽지 캡슐

2000-01-08 ㅣ No.781

오늘 이른 새벽 1시쯤 벗들과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하며 마셨다.

문을 나섰는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내리는 밤 + 소주 + 생고기 + 좋은 친구  (이보다 좋을 수 있으랴)

너무 좋았다. 그러나 에구에구 어쩌지.. 우리집에 어찌 올라가야하나?

왜 우리집 와본 사람은 다 알지?

비탈길이 아닌 경사 약 45도 공포의 오르막길을

갑자기 취기가 싹가시며 난 떨기 시작했지

택시를 타고 문제의 경사길 초입에 서있으려니 발이 떼이질 않는거야

아무도 다니지 않는 깜깜한 그 길에 5분쯤 서있었지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고민했어

가족을 깨워서 구조요청을 해야하나 아님 이대로 서서 새벽을 맞이하여 발길을 돌려 출근을 해야하나

내가 누구야? 용기를 내서 세발자국 옮기는데.. 난 더 이상갈 수 없었어

왜냐면 미끄러지고 있었거든

다시 5분쯤 떨고 있는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어디 어디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박쥐? 도 아니고 백마탄 왕자님도 아닌

빽차탄 경찰 아저씨가 뛰어 오고 있었어

난 아주 애처로운 목소리로

밤이 무서운 척, 무척 추운 척, 연약한 척하며 말했지


"아저씨 집이 저 위인데 올라갈 수가 없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아무말 없이 내민 손.

 

그 경찰아저씨는 무척 쑥스러운듯 손을 내밀었고 (아마도 나보다 2,3살은 어린듯)

난 주저없이 동아줄을 잡은냥 온몸으로 매달렸지.

근데 저녁도 못먹었는지 이 아저씨 딱 한 발자국 떼더니 쭈루룩 미끄러지는거야]

 

포청천의 청렴결백과 씩씩한 모습을 닮은 그 경찰

취기가 싹가셔서 떨고 있는 나 마르타.

 

결국 한편의 영화를 찍었지 딱 한장면의 포즈만 남긴채

내 뒤에서 두손으로 나를 힘껏 밀어올리는 그 경찰의 손에는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담겨있었고 난 그 고마움을 느끼며 다시는 눈내리는 날 술 마시고 늦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눈발과 함께 날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정말 고마워요.  그곳에 있어줘서....

 

우리 시민의 손과 발이 되어 밤마다 뛰어다니는  경찰아저씨들

화이팅!!!  팅!!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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