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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죄를나의기억에서말끔히씻어버리리라(이사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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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oteresa] 쪽지 캡슐

2000-02-18 ㅣ No.1069

 (나해) 연중 제 7 주일    

 

         "너의 죄를 나의 기억에서

           말끔히 씻어 버리리라"

              (이사 43,25)  

 

죄를 짓고 있음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그 ’죄책감’때문에 오히려 그분께 다가가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죄지은 인간인 우리가 드려야 할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죄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믿음일 것입니다.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그분의 기억에서 말끔히 씻으시고 다시 일어나 걷게 하실 것입니다.  

 

 

복 음 (마르 2,1-12)

며칠 뒤에 예수께서는 다시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예수께서 집에 계시다는 말이 퍼지자 많은 사람이 모여 들어 마침내 문 앞에까지 빈틈없이 들어 섰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계셨다. 그 때 어떤 중풍병자를 네 사람이 들고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예수께 가까이 데려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수가 계신 바로 위의 지붕을 벗겨 구멍을 내고 중풍 병자를 요에 눕힌 채 예수 앞에 달아 내려 보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 거기 앉아 있던 율법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이 사람이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하여 하느님을 모독하는가? 하느님 말고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중얼거렸다.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 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느냐? 중풍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는 것과 ’일어나 네 요를 걷어 가지고 걸어 가거라’ 하는 것과 어느 편이 더 쉽겠느냐? 이제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의 아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그리고 나서 중풍병자에게 "내가 말하는 대로 하여라. 일어나 요를 걷어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중풍병자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나 곧 요를 걷어 가지고 나갔다. 그러자 모두들 몹시 놀라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 보는 일이다" 하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제 1 독서 (이사 43,18-19. 21-22. 24ㄴ-25)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말라. 흘러 간 일에 마음을 묶어 두지 말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싹이 돋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느냐? 내가 사막에 큰 길을 내리라. 광야에 한길들을 트리라. 내가 친히 손으로 빚은 나의 백성이 나를 찬양하고 기리리라. 야곱아, 너는 나를 찾지 않았다. 이스라엘아, 너는 나에게 정성을 쏟지 않았다. 도리어 너는 죄를 지어 나의 화를 돋구었고 불의를 저질러 나의 속을 썩였다. 네 죄악을 씻어 내 위신을 세워야겠다. 이 일을 나밖에 누가 하겠느냐? 너의 죄를 나의 기억에서 말끔히 씻어 버리리라.

 

 

제 2 독서 (2고린 1,18-22)

내가 하느님의 진실성을 걸고 맹세하거니와 여러분에게 한 내 약속은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바노와 디모테오와 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에게는 언제나 진실이 있을 따름입니다. 하느님의 모든 약속이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찬양하며 "아멘" 하고 응답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여러분과 우리를 굳세게 해 주시고 우리에게 기름을 부어 사명을 맡겨 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사람으로 확인해 주셨고 그것을 보증하는 표로 우리의 마음에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길라잡이

 

오늘 제 1 독서에서는 하느님께서 앞으로 이루실 구원사업을 찬양하며, 그것이 전적으로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선물이요 은총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 스스로의 어떤 공로나 자격에도 구애받으시거나 강요당하시지 않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을 마땅한 권리처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지은 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고 구원을 베푸십니다.

또한 사도 바오로는 제 2 독서에서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진실하실 따름이라고 말합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진실하심에 따라 아버지의 뜻을 완전하게 순종하셨으며, 그 순종을 통하여 하느님의 약속을 온전히 실현시키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멘’이신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약속이 바위처럼 견고함을 증명하십니다. 따라서 인간은 살아있는 한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용서와 구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결코 실망하거나 자포자기하지 말고 회개하여 하느님께 자비를 구해야 합니다.

이처럼 자비롭고 진실하신 주님의 은총을 받기 위해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복음 말씀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본질적인 점은 예수께 기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지닌 믿음과 예수께서 말씀하신, 용서하신다는 선언 사이의 연관성입니다.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셨다는 표현은 기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믿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앙이야말로 예수께서 행하신 설교에 있어서 본질적인 요청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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