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아빠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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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3-03-25 ㅣ No.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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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2학년의 딸래미를 둔 아빠입니다.

녀석은 오래전부터 핸드폰을 바꾸고 싶어서 많은 고민을 하는 걸 평소 눈치채고 있었지요.

친구들의 핸드폰은 사진도 막 찍을 수 있는 거라면서...

그런데 자기의 핸드폰은 아주 아주 오래된 싸구려 일 뿐만 아니라, 구형이라서 문자 멧세지도 잘 보낼 수 없는 것이라고 하드군요.

어느날 한번은 그만 떨어 트려서 깨어진 걸 내가 직접 뽄드로 부착해 준 적도 있지요.

할머니도 아프셔서 꽤 오래 병원에 계셨고 또 오빠가 금년 대학에 입학하여 아빠 엄마가 힘들꺼라는 걸 아는지

녀석은 너무도 착하게 투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할머니가 집에와 계실 때에 우리 딸아이는 학원도 가지 않고 할머니의 병상을 지켰습니다.

너무나 기특했습니다.

그래서 슬며시 아빠가 먼저 제안을 했지요.

“곧 새학기가 되면 엄마 몰래 핸도폰을 사줄께”라고 귓속말을 해 주었지요.

그런데 새학기가 시작되어도 난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더욱이 새롭게 반장으로 뽑힌 녀석은 체면이 말이 아니었나봅니다.

기다리다 지쳤는지

이틀전에는 자기반에서 제일 후진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자신이라는 걸 고백합디다.

흑흑 거리면서...

그리고 내일 모래는 전교의 반장 부반장이 학교 선생님들과 1박 2일 피정(성심여고)을 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나는 우리 딸래미를 살짝 불러 내었습니다.

아빠 회사로 오라고 말입니다.

눈치빠른 딸래미는 10분도 안되어 총알같이 달려왔습니다.

난 전자상가가 문 닫기 전이라 급히 딸래미를 데리고 핸드폰 가게로 갔지요.

그런데 착한 우리 딸래미는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은 너무 비싸다고 하면서

또 다시 옛날 것과 별 차이없는 저가의 핸드폰을 집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난 마음이 뭉클 했습니다.

딸래미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나는 주인 사장에게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이 싼게 있다고 거짓말을 시키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딸아이가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을 눈 딱감고 사주었답니다.

이게 아빠의 마음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딸아이는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이 이렇게 싼 것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이곳 지역에 근무하는 아빠의 빽으로 여기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은 절대 절대 그런게 아닌데...

참고로 아빠는 무전기처럼 생긴 옛날 핸드폰을 앞으로도 계속 고수할 것입니다.

당분간 술도 좀 덜 마시고 절약해야겠다고 되뇌이면서...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너무나 가벼웠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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