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꼬마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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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진 [x2040] 쪽지 캡슐

2002-03-26 ㅣ No.9637

오늘 오후의 일이였다.

아침에 밥을 많이 안먹고 장난을 치길래  점심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너겟을 반찬으로 상에 올렸다.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서 놓고 빨리먹으라고 재촉을하고 먼저 한 숟가락을 먹었는데 아들녀석이 성부와 성부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라며 식사전 기도를 했다. 갑자기 밥이 목에 콱 걸린것처럼 놀랐다.

그것도 정확한 손동작도 아니고 머리며 어깨를 만지면서 두손을 모은 모습을보니 정말 목에걸린 밥이 부끄러웠다.

아들은 항상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을 성자는 빼먹고 성부와 성부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고한다. 그것도 나와 항상 마주보면서 성호경을 바쳐서인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부분에서 오른쪽 어깨부터 하는데 오늘은 내가 창세기 성경공부반에서 내준 숙제를 하느라고 성호경을 바치는것을 본 모양이였다.

그래서 밥을 얼른 꿀꺽 삼키고 식사전(?)기도를 바쳤다.

부끄러웠다. 맨날 아들녀석에게는 하느님께 기도하면 하느님이 들어주신다고 얘기하고 또 자기전에 기도하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중요한 식사전 기도는 빼먹고 있었으면서도 부끄러운줄 몰랐다.

 

 

밥을먹고나서 날씨가 흐려서 비가 올것같아서 밖에 못나간다고하니까 아들녀석이 졸렵다고해서 동화CD를 틀어주고 나는 배를 붙이고 책을 읽고 있었다. 아들녀석도 동화책을 가져와서 내가 옆에서 책을 보는데 계속

"엄마 아빠가 이거 사주면 좋겠다 응? 엄마 아빠가 이거 사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데 건성으로 응 그래 응 그러고있는데 갑자기

아들녀석의 성호경을 바치는 소리가 들렸다.

"성부와 성부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 아빠가 이거 사주게 해주세요. 아빠가 이거 꼭 사주게 해주세요. 아멘. 성부와 성부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내가 놀라서 쳐다보니까 아들은 웃으면서 "엄마 아빠가 이거 사주라고 기도했어."란다.

내가 매번 원하는게 있으면 하느님께 기도하면 하느님이 들어주셔라고했지만 하느님께 잘 기도하지못하는 나 자신인데 그 말을 믿고 기도하는 아들녀석을 보려니까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난 언제나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내 자신이 될수있을까?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의 때가 묻어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아들녀석의 맑고 순수함을 지켜줄수있는 엄마가 될수있을지 걱정스럽다.

나보다 믿음이 선배인 아들녀석에게 오늘도 난 엄마랍시고 아들녀석의 잘못을 지적한다. 그리고 반성하라고 시킨다. 용서를 빌라고 시킨다.

 

정말 반성하고 용서를 빌어야할 사람은 나인데...

아직 판공성사도 안받았다.

.....

입으로만 하느님을 찾는 날나리 신자이다.

하느님 저...  여기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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