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중고등부] 창동역 비둘기

인쇄

ManSokKu,Lee [nikolas9] 쪽지 캡슐

1999-10-21 ㅣ No.1546

 아침에 창동역에서 1호선 전철을 이용하다 보면 한 번쯤은 비둘기를 못 마땅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시낸 한복판을 비행하는 비둘기의 배설물에 폭격을 당했거나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을 경험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인간과 비둘기의 관계는 꽤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둘기  사육은 기원전 3천년

이집트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12세기 바그다드의 술탄은 비둘기통신을 개발했으며,

몽골의 징기스칸은 전쟁에 비둘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19세기 전보가 없던 시절에는 브뤼셀

과 베를린 등 유럽 도시간 통신에  비둘기가 사용됐다고 하며 20세기 들어와서도  비둘기는

비상연락용으로 사용되었다. 통신용 비둘기의 최장 비행기록은 3천7백km나 된다고 한다.

 

 그리스도교와의 관계도 유구하여 우선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에 등장한다. 40일간 계속해서

내리던 비가 그친 후 1백50일 동안 세상은 물이 넘쳤고 방주는  산 위에 닿았다. 40일후 노

아는 창 밖으로 날려보낸 까마귀는 돌아오지 않았으나 비둘기는 앉을 곳이 없어 방주로 돌

아왔다. 7일후 다시 비둘기를 날려보냈더니 올리브 가지를 입에 물고 돌아왔다. 1주일후  다

시 비둘기를 날려보내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써 노아는 물이 빠진 것을 알았다.

 

 또한 루가복음엔 예수님께서 세례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시자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

둘기처럼 내렸다고 전하고 있으니 삼위일체의 하나인 성령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둘기는 비교적 공해에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도시 한가운데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나팔꽃 등과 함께 도시공해를 측정하는 데 참고가 되기도 한다. 도시를 나는 비둘기

의 모습에서 상쾌함과 쾌적함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일까... 그러나 작년이던가 서울 시청앞

광장 등을 비롯, 도시 중심지에서는 비둘기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대기오염

을 견디다 못해 한강변, 고궁 등으로 떠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우리 동네는 아직 공해가 심각하지 않은가 보다. 보기에 그 수에 큰 변화가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도심의 심각한 공해를 피해 우리 동네로 피신한 것은 아닐까... 문득 이런 생

각을 하니 한편으론 아침마다 보는 녀석들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비록 플랫폼에 늘어서 있

어 통행에 불편도 되고 배설물 때문에 신경도 쓰이지만...  살려고 찾아온 놈들이고 아직 우

리 동네가 그만큼 덜 오염되었다는 사실도 알려주니 참으로 고맙기도 하다.

 이른 아침 달리는 전동차 앞을 가로질러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비둘기들의 모습이 빨리 보

고 싶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에서-



11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