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이상한 도독...........

인쇄

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1-08-24 ㅣ No.7264

 

최 의원은 운동복 차림으로 새벽길을 천천히

달려갔다. 사람들을 만나 민심도 살필 겸

공원으로  새벽운동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벌써 장사를 시작하세요?"

동네입구의 구멍가게 주인 김씨가 가게문을

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최 의원이

인사를 건넸다.

"요즘 애로사항은 없습니까?"

"애로사항요? 글쎄요. 아, 저기 저 공사,

벌써 몇 달째야! 저 공사가 빨리 끝나

다시 통행이나 마음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김씨가 가리킨 곳은 가게 옆의 신축건물  

공사장이었다. 교회를 짓는다는데 기초공사를

하느라  보도블록을 파헤쳐 놓아 통행이

불편했다. 그래도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별 불편함이 없었는데 날이 풀리자 언 땅이

녹으며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최 의원도 그곳을  지날 때면 신발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불편했다.

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애로사항을 얘기하던 김씨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신요?"    

최 의원이 김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가게 옆으로 난 창문에

추위를 막기 위해 초겨울에  쳐놓은

것으로 보이는 비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비닐은 반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그것도 태풍이 지나간 뒤의

비닐하우스처럼 너덜너덜했다.

"최근 며칠사이 누군가가  밤마다 저 비닐을

조금씩 찢어가고 있단  말입니다.

어떤   도둑놈이 그런 짓을 ……."

김씨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최 의원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돈도 되지 않는 손바닥만한 비닐조각을

훔치기  위해 밤마다 수고를 할 도둑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또 김씨의 가게 앞을 지나가던

최  의원은 김씨로부터 같은 푸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다음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자 최 의원은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누가 돈도 되지 않는

비닐을 매일 밤 조금씩 조금씩 찢어가는 것일까?

최 의원은 재미있는 미스터리 영화를 보다만 것처럼,

괴상한 도둑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그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결코 참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밤 12시, 최 의원은 자신의 자가용을 김씨의

가게 앞에 세우고 차안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잠복을 시작한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졸음이 눈사태처럼 밀려와  견디기

힘들었다. 정말  귀신에 홀린 게야,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게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최 의원은 깜빡

잠이 들었고 눈을 뜬것은 아침에 가게주인

김씨가 차 유리를 두드려서였다.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니 또 한 뼘

정도의 비닐이 사라져 있었다.

최 의원이  잠든 사이 그 이상한 도둑이

다녀간 것 같았다.

호기심에 이제 오기까지 생겼다.

몹시 피곤했지만 최 의원은 다음날 또

잠복을 시작했다. 그런데 새벽 4시쯤 되자

갑자기 참기 힘든 졸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또 잠이 들었고

아침에 김씨가 차 문을 두드려 눈을 떴다.

도둑은 밤이 아니라 새벽녘에 다녀가는

것이 분명했다. 다음날은 초저녁에 잠을

자둔 뒤 새벽에 현장으로 나갔다.

새벽 4시가 지나자 썰렁하던 거리에

청소부들과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심쩍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5시경.

열 살쯤 먹었을 소년 하나가 최 의원이

잠복하고  있는 자동차 쪽으로 달려왔다.

신문배달을 하는 소년이었다.

옆구리에 낀 신문뭉치만 아니었으면

거지로 착각할 만큼 복장이 허름했다.

소년은 신문의 무게가 힘에 겨운지

몸까지 한쪽으로 꽤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녀석도 다른 사람들처럼 가게

앞을 그냥 지나 쳐 버렸다.

그런데, 급히 서둘러  가던 소년은

공사장  진흙탕길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췄다. 질퍽한 진흙탕을

검너가기가 망설여지는 모양이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소년은 뒤돌아

서서 가게 창문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리고 신문을 들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창문의 비닐을  잡아당겨 한 뼘  정도의

비닐조각을 끊어냈다.

드디어 범인은 잡혔다! 그런데 비닐을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비닐을 끊어낸 소년은 오른쪽 운동화를

벗었다. 그리고 신발 밑에 그 비닐조각을

깔았다. 그래서 보니 신발 옆구리가

손가락 길이만큼 터져 있는 것이 보였다.

비닐을 깐 신발을 다시  신은 소년은

까치발을  하고 진흙탕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소년을 지켜보고 있던 최 의원은 가슴이

몹시 답답해져 왔다. 다음날, 최의원은

새벽 4시부터 다시 잠복을 시작했다.

그리고,그의 손에는 작지만 튼튼한

운동화 한 켤레가 들려  있었다.

진정 정치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렇게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조그마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따뜻함이 팽배해져 가는 이기주의를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첨부파일: 김경호나의사랑천상에도.mid(131K)

5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