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엄마가 세상에 보내는 편지 (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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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길 [region] 쪽지 캡슐

1999-01-04 ㅣ No.321

  친애하는 세상에게:

 

  오늘 우리 아들이 학교를 시작합니다. 아이에게는 한동안 낯

설고 이상할 것입니다. 그래서 난 당신이 우리 아이를 친절하게

보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아이는 이 집안의 왕이었습니다. 뒷마당의 두목이었

습니다. 아이가 상처를 입을 때마다, 기분이 얹짢을 때마다 나는

항상 옆에 있다가 아이를 돌보아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오늘 아침 아이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내려가서,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고, 학교라는 모험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

러면 전쟁과 비극과 슬픔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아이는 믿음과 사랑과 용기를 필

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아이의 조그만 손을 붙들고 아이가 알아야 할

것을 친절히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될수록 상냥하게 말입니

다. 세상에는 악당이 있지만 영웅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

요. 부정을 일삼는 정치가가 있는 반면 헌신적인 지도자가 있고,

원수가 있는 반면 친구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기쁨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햇빛 속의 꿀벌과, 푸른 언덕에 핀

꽃의 신비를 생각하도록 조용한 시간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

다. 속이는 것보다는 실패하는 것이 명예롭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고 지적을 할 때도 자신의 생각을 믿도

록 가르쳐 주십시오. 자신의 힘과 지성을 가장 높이 인정하는 사

람을 위해 쓰도록 해주시고, 한편 자신의 마음과 영혼에는 값을

매기지 않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시끄러운 소인배의 소리엔 귀를 닫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

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서 용감히 나서서 싸우

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상냥하게 가르쳐 주십시오. 하지만 응석을 받아주지는 마십시

오. 불이 뜨거워야 강한 쇠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너무 부탁이 많은 것을 압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주

십시오. 너무도 조그맣고 좋은 아이니까요.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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