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우연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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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범 [john27] 쪽지 캡슐

1999-07-18 ㅣ No.157

<<<2부>>>

 

 

 

>철이: 오늘 오후도 그녀는 잠이 들었군요. 제발 침만은 흘리지 말기를...

 

 그래 오늘은 침은 흘리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내 자리 한 쪽 편에 C.C인 듯한

 

 남녀 둘이서 연애하듯 공부를 했습니다. 부럽기도 하고 아니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 옆자리의 그녀는 태연하게 잠자리에 들어있습니다. 내가 일어났을

 

 때 그녀는 가방을 싸 가지고 나가더군요.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나를 보고

 

 히죽 웃고 가더군요.

 

 

>민이: 오늘은 기분이 나빴습니다. 옆 좌석에 C.C가 앉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척 하는 게 참 아니꼽더군요. 그 꼴이 보기 싫어 책상에

 

 엎드렸습니다. 그러다 또 잠이 들었습니다. 삐삐가 진동을 하더군요.

 

 뿌듯했습니다. 내 친구들 중에 진동이 되는 삐삐는 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옆 좌석의 그가 내 삐삐 진동을 느꼈으면 했는데 그는

 

 일상처럼 머리를 쳐 박고 자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미팅을

 

 하라고 하는군요. 대타로 뛰는 게 기분이 별로지만 미팅이 참 설레였던

 

 나이라 바로 승낙을 했지요.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뜰려고 할 때쯤 그가

 

 일어나더군요. 쯧쯧 침이나 좀 닦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

 

 미팅은 대타로 나갔다가 남자 쪽에서도 한 명이 빠져 벤취 신세만 지고

 

 왔습니다. 흑흑 ~~~

 

>철이: 오늘은 늦잠을 자버린 관계로 도서관을 오후에 나갔습니다. 내 고정된

 

 자리는 나이든 남자선배가 앉아 있었습니다. 뭔가 히죽거리는게 기분이

 

 별로였지요.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잠이

 

 들었군요. 참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깊이 잠들었나봅니다. 아직 침을 흘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왠지 불안해 보였습니다. 한동안 망설이다가 그녀가 잠들어

 

 있는 자리에다 휴지를 하나 사다가 놓아주었습니다. 옆 좌석의 남학생은 떡대

 

 같은 무식해 보이더군요. 무슨 과인지... 삭막한 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보니 전자공학과 학생이었습니다. 땜쟁이였구만...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분명 내 연습장을 꺼내었는데 표지에 딴 놈 녀석의 이름이

 

 적혀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낯익은 이름이었습니다. 아. 우리형도 전자공학과

 

 다니는구나 라는 걸 일깨워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참 저는 전산과 학생입니다.

 

 그리고 이제 싱싱한 91학번입니다. 이름이 뭘까요? 성계철입니다. 개철이라

 

 부르지 말아주세요. ^^

 

 

>민이: 오늘은 그보다 내가 먼저 도서관에 왔습니다. 그가 앉아야 할 자리에

 

 떡대같은 아저씨가 앉을려고 하더군요.  분명  이 자리는 앉을 사람이

 

 있는데요. 라고 말했지만 그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흑흑 나쁜 아저씨...  오후가 되니 그가 내 옆에 있었다면 잠이

 

 쉽게 들었을 텐데, 떡대 아저씨 때문에 잠이 쉽게 들지 않더군요. 하지만

 

 오후 도서관 실내는 너무 더웠습니다. 떡대 아저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조금 눈을 부쳤지요. 일어나서 눈을 떠 옆자리를 보니 눈에 들어 온건 늘

 

 미소짓게 했던 그의 머리 박고주무시는 모습이 아니라 떡대 아저씨의

 

 히죽거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실망. 책상 위에는 화장지 한 봉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떡대 아저씨의 히죽거리는모습이 의심스러웠습니다. 혹시 내가

 

 침이라도 흘리지 않았나 걱정이 되어 거울을  보았습니다. 괜찮더군요.

 

 화장한 내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내 화장기술은 언니들 덕분이지요.

 

 일학년치고 나처럼 세련되게 화장한 학생들은 드물걸요.   참 제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전 일어 교육과를 다니고 우리집 네 딸중 셋째입니다.

 

 92학번이지만 재수를 했고 하지만 73년생 입니다. 생일이 좀 빠르거든요.

 

 이름은 소수민입니다. 이름 이쁘죠?  혹, 소수민족  이런 식으로 이름가지고

 

 놀리면 저 화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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