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시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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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자 [noans] 쪽지 캡슐

2000-07-20 ㅣ No.1681

 

    폭우가 온 날 아침에

 

너를 끌어 올리던 때 이른 땡볕이 내리 쬐던 날은

유난히도 맑고 뜨거운 유월이었지

마른 장마와 마른 태풍을 모두 보내면서

너를 품고 올까말까 망설이며 찌뿌둥한 날들은

모든 사람들과 자연들이 무더위와 열대야에 짜증내며 힘들어했었지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나 컸기에.

 

그러나 이렇게 시원하게  쏱아 내린 너를 보면서

우리는 속이 다 시원해졌지

너로 인하여 깨끗하게 못욕 한 후

아스팔트 위에 모래알부터 이름 없는 잡초까지

개운함을 느끼며 너에게 감사의 노래를 불러대는 아침이구나

나뭇잎들은 저마다 잎의 끄트머리에 수정 같은 너를 한 방울씩 매달고

그 중에서도 솔 잎 끝마다 매단 너의 청롱한 신비스러움은

내가 처음 느껴본 아름다움의 발견이었지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다만 너를 완전하게 털어 내어

깨끗하게 씻겨 내린 너의 용기와 수고로 치유 시켜주는 능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부드럽게 와 닿는 미풍이 나에게 속삭여 주었지.

 

..........              ................

 

이른 더위와 마른 장마와 마른 태풍을 보내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이제야 시원하게 내렸습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올까 말까 망설이기만 하면서 찌는 듯한 무더위는 우리를 비지땀을 흘리게 하더니만 이렇게 시원하게 내렸습니다.

우리 안에 비를 머금은 구름 같이 찌뿌둥한 어두움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깨끗하게 털어 내고 시원하게 목욕한 느낌을 느껴보면 바로 이 아침에 상쾌함을 느낄 수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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