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다시 한번(연중32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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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근수 [seopius] 쪽지 캡슐

1999-11-06 ㅣ No.345

연중32주간

연중32주간

지혜 6, 12-16 1데살로니카 4, 13-18

마태오 25, 1-13

 

안녕하세요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뭐 있겠느냐 라는 말이 제 입에서 나오면서부터 시간의 흐름은 정지해 있는 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교만스러운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삶을 이해하려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릴 적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 이것 저것 관심도 쏟고 기울여 보지만 철이 들어갈 때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나의 변화와 성숙에 관심을 귀울이게 됨에 따라 호기심의 대상으로서의 세상이라기 보다는 삶의 의미와 가능성을 제시하는 바탕으로서 보여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나 또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 보다는 그 밑바닥에 있는 삶의 의미에 더 관심을 쏟게 됩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벌써 교회력으로는 몇 주 안 남았습니다. 오늘이 연중32주니까 다음이 33주 그리고 그 다음이 그리스도왕 대축일이고 그 다음이 대림1주가 시작되니까 꼭 올 해가 이제 2주 남은 셈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한 해가 가는 이 마지막 주중에 세상의 종말과 심판, 그리고 예수님의 재림을 이야기 합니다. 오늘 복음도 열 처녀의 비유로서 마지막 때를 암시하며 과연 우리가 어떻게 기다리고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내용이 나오고 우리는 그 말씀을 봉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기다림과 준비’에 대해서입니다.

저희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살아간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죽음을 기다린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살아 가는 동안 많은 것을 기대하고 때로는 성취하고 살아갑니다. 학교도 다니고 돈도 벌고 결혼도 합니다. 물건도 사고, 많은 이웃들의 경조사도 참여하고 자녀도 키웁니다. 그러는 동안에 슬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고통도 함께하며 또한 인생의 어떤 목적도 생깁니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확연히 확실히 대답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것은 말 이전에 행동 속에서 마음 속에서 느껴지고 수용됩니다.

여러분은 살아가는데 목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십니까?

 

오늘 복음을 보면 열 처녀가 신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기름을 준비해 두고 있다가 신랑을 맞이해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어리석은 다섯 처녀는 기름이 떨어져 가게로 기름을 사러 갔다가 신랑을 맞이하지 못하고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열처녀가 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죽음을 맞이 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처지입니다. 그리고 기름을 준비하냐 하지 못하느냐는 우리가 죽음을 맞이 할 때 살아왔던 우리들의 행실과 태도의 올바름과 그름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기름을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인생의 여정에 대한 답을 얻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기름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기름이라는 것은 자신의 참 자아를 찾는 것입니다. 덧 붙여진 거짓된 자아 속에서 참 자아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누구입니까? 어느 회사의 사장입니까. 건축기사 누구, 서울 대학생 누구, 두 자녀를 가진 누구, 돈이 얼마 있는 누구, 대통령의 부인 누구, 학교 선생님 누구 등등 얼마를 가지고 있고 어떤 직위를 가지고 있는 누구로 표현하고 싶습니까? 살아가면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 사람으로서 머물고 싶습니까? 하느님 앞에 섰을 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진정 나 자신이 중요합니다.

나 자신이 다져지고 수양해온 그 인격 그대로 저희는 주님 앞에 심판 받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 그대로 살아갈 때 저희는 나름의 기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사랑 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고 희생할 수 있고, 순리에 따라 살아갈 수 있을 때 편견과 선입관을 벗을 수 있을 때 이웃도 나와 같이 똑 같이 존중 할 수 있을 때 바로 그것이 기름을 준비하는 것이고 제 1독서에 나오는 지혜일 것입니다.

 

태어난 사람은 언젠가는 죽을 것입니다. 내가 바라지 않는다고 해서 죽음이 저희 곁을 떠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입니다. 무엇을 소유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그리스도를 통해서 닦아 나갈 때, 즉 존재하고자 할 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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