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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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8-14 ㅣ No.4769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21/09/06

 

가끔 이건 마땅히 내가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주위의 여건과 현행 규정 때문에 망설일 때가 있습니다. 제 개인이 책임지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안 좋은 선례가 되거나 한 번의 예외 적용을 마치 그래도 되는 것이고 또 당연히 그렇게 해주리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연출되어 규정을 무력화시키고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둔갑하거나 또 다른 교회 기관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으로 갈등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시다가,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보시고는 그에게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루카 6,8) 하고 이르십니다. 그렇게 군중 가운데 그를 세우시고는, 때마침 예수님께서 만일 그 회당에서 안식일에 사람을 고치는 일을 하여 아무 일도 해서는 안 되는 안식일 계명을 지키지 않는다는 구실로 고발을 하려고 와있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질문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묻겠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9)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일하지 말라는 계명 때문에, 지금 고쳐 줄 수 있는 사람을 보고서도 고치지 않고 그냥 지나쳐야 하는지, 아니면 안식일이라고 해도 생업과 관련된 업무로서의 일이 아니라 사람을 고치는 행위는 해도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십니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그를 고쳐 주십니다. “손을 뻗어라.”(10) 그가 그렇게 하자 그 손이 다시 성해집니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환우와 환우의 가족에게는 고통과 불편 속에 사는 것이 고쳐졌다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예수님을 싫어하는 이들은 그저 예수님과 예수님의 행위 전체가 싫었고, 예수님에게 안식일 계명을 지키지 않는 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립니다.

 

살면서 법과 규정에 맞는 것이냐 안 맞는 것이냐 그리고 규정을 지키는 것이냐 안 지키는 것이냐를 삶과 행위의 기준으로 삼게 되면,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행위를 규정으로 정의하고 제어하며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인격을 손상시키고 비인격인 상황으로 인하여 고통스럽게 만들고 맙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도록 하기 위해 만든 규정으로 사람을 비인격적으로 만들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이 되겠습니까? 규정을 무시하거나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생생하게 주님 사랑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삶의 지혜를 모색하고 적용하며 살아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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