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신년운수 떼어보기

인쇄

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1-01-05 ㅣ No.2416

운수떼기

 

신년호 신문을 보니 새해의 우리나라 국운이 어떻고, 지도자들의 운이 어떻고... 전국에 소문난 유명  역술인들의  신년 운수풀이가 지면을 장식한다. 전반적으로 난관적인 내용도 있고 힘들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어느 신문이나 형식과  내용은 다소 틀리지만 띠별 운세풀이난을 싣기도 했다. 올해 나의 년운을 한번 살펴 봐? 시선을 옮기다가 덮어 버렸다.   한때 신문의 운세난을 본 적이 있다. 운세난에 실린 글을 읽고 하루종일 그 글에 사로 잡혀서 지낸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이 좋은 것이면 복권을 산다든가 하루종일 괜히 마음이 들뜨고 그 내용이 요행수로  이뤄지기를 바랐다. 또 내용이 안좋은 걱정거리일 것같으면   행동이 제한되고 온종일 걱정으로 차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수가  잠재적인 역술의 신봉자들이다. 이런 탓에  신문사에서는 너나없이 운세난을 만들고  담당하는  역술인들에게 나쁜 내용은  쓰지 말아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따라서  12간지 모두를 읽어봐도  나쁜 이야기는  한마디 비치지 않는  필자도 있다. 인간만사 희 로 애 락, 길 흉 화 복이  고루 섞였고 적절히 조화와 배합이 되는 것인데  손님을  끌기 위해서 듣기좋은 내용만으로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내 어릴때의  기억으로  해가 바뀌면  외할머니는 신년운수를 떼 본다고 아침부터 화투장을 이리놓고 저리놓고  씨름을 하셨다. 정월의 운수를 떼 보고 정이월의 운수를 떼 보고 삼월의 운수를 떼고...하루종일 그것으로 소일 하셨다. 텔레비전도 없었으니 그것은 유일한 심심파적이었던 것같다. 잘 안맞을때는 애써서  맞춰 떼고는 큰 과제를 마치신듯했다. 1세기 전에 태어나신 할머니의 화투 대신에 내가 택한 심심파적이  신문의 운수풀이난 읽기 였던 것이다.  이런것 저런것을 알면서도 행여나하는 마음에 한동안 운세라는 것을  보기 시작하면서  발목(? )을 잡혔던  것이다. 내 운세를 본 다음에는 집 식구들의 운세도 궁금해진다.  남편의 운세까지 보고 난 날은  괜히 "여보 오늘 복권 한장 사 봐" 하고 실없는 소리를 한다거나  "오늘 자동차 갖고 가지 말지 그래",하고 괜한 참견을 하는 때도 있었다. 나중에는 좋은 이야기는 이루어지고 안 좋은 이야기는 틀리기를 기대하는 심정까지도 되었다.  단 몇줄의 글이 내 일상까지를 온통 제약하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이르자 게서 더  발전하면 점치고, 궁합보고, 하는사람들과 무엇이 다르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심심풀이 삼아 "라며 보던 운세난을 안보기 시작했다. 남편에게도 보지 말라고했다. 그 대신에 성경을 한번 더 들춰 보리라 했다.  아는 신부님은 새해에 성경을 들고 아무데나 펼치라고 했다.그 성경에 나오는 말씀을 그 해에 자신에게 필요한 말씀으로 믿고 살아가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화투장을 떼듯, 연운을 보는 대신에  새해 첫날에 성경을 펼치고, 하루운수 풀이를 보는 대신에  매일 아침에 성경을 펼쳐 한 대목을 읽고 그렇게 살아가기로 했다.

사람은 현재에 만족을 못한다.더나은 삶을 꿈꾼다.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운수풀이로 위안을 삼는 대신에 하느님이 오늘 내게 주신 말씀의 힘으로 올 한해,오늘 하루를   살아가야겠다.



6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