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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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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alexseed] 쪽지 캡슐

2000-12-15 ㅣ No.2016

며칠전 난 지하철 안에서 껌 한통을 선물 받았다.

 

것두 남자에게서...

 

(남자라... 다들 이 부분에서 아니? 쫑민이한테? 라고 놀라겠지?)

 

난 아침마다 화곡역에서 쌍문역까지 전철을 이용한다.

 

동대문운동장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는데 항상 뒤에서 두번째 칸 맨 앞에 문이

 

쌍문역 계단과 바로 연결이 되기에 난 주로 뒤에서 두번째 칸에 타곤한다.

 

전철이 쌍문역에 도착할 때 즘 나는 항상 내가 내리는 문앞에 미리 가 선다.

 

그런데 이 문앞에 기대서있는 장애인 아저씨 한분을 자주 보게 된다.

 

이 아저씨는 지하철 안에서 껌을 파는 아저씨로 허리에 돈을 받을 바구니를 둘러메고

 

한쪽 어깨에는 껌이 잔뜩 담긴 가방을 늘 메고 계신다.

 

바구니 앞에는 자신이 어려서 뇌염에 걸렸다는 사실과 그래서 허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얘기 글구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얘기가 간략하게 적혀있다.

 

여기까지는 전철안에서 보게되는 다른 장애인들과 별로 다를게 없다.

 

이 아저씨도 항상 쌍문역에서 내리는데 아저씨 역시 내가 내리는 문앞에 늘 서있는다.

 

그리고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때마다 "건강하세요!"하며 늘 먼저 인사를 한다.

 

나도 한번은 이 인사를 받고 그냥 어색한 미소로 답을 하고 말았다.

 

가끔 혹은 자주 전철안에서 이 아저씨를 보게 되는데 한번은 내가 저만치 앉아 있다가 내릴때가 되어 내가

 

항상 내리는 그 문으로 걸어가다 그 아저씨를 보았다.

 

왠지 어색해 순간 발길을 돌려 다른 문앞에 섰다.

 

그런데 내가 발길을 돌리는 것을 아저씨가 보고 말았다.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었음에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날 따라 왠 핸섬하게 생긴 남자가 그 아저씨한테 말을 건다.

 

평소에도 자주 인사를 한 사이었는지 서로 웃으며 이 얘기 저 얘기를 꺼내며

 

내려서는 계단까지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나와 비교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부터 피하지 말아야지.....

 

그 후로도 가끔씩 아저씨를 보게 된다.

 

그때처럼 피하지 않기는 하지만 아저씨가 서 있으면 내내 자리에 앉아 있다가 문이 열리면 잽싸게 내리거나

 

아니면 그 앞에 서서도 내내 딴 곳을 본다.

 

(피했던거랑 무엇이 다르담....)

 

며칠전에 아주 오랫만에 그 아저씨를 보았다.

 

역시 그 문앞에 기대 서 계신다.

 

나도 그 문앞으로 다가 섰다.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내쪽에서 먼저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러자 아저씨가 환히 웃으며 껌한통을 내게 내민다.

 

그러면서 어디서 타냐고, 직장에 출근하는 길이냐며 몇가지를 묻는다.

 

내가 대답하는 사이 전철이 쌍문역에 닿았고 문이 열렸다.

 

순간 이 껌값을 계산을 해얄지 어쩔지 난감하다...

 

한번두 팔아준적도 없는데...

 

그래도 아저씨가 생각해서 준거 돈으로 계산하려 하면 더 실례일 것 같아 묻는다.

 

" 이 껌 저 주시는거에요?"

 

"그래요... 좋은 하루 되요." 아저씨는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다.

 

"감사합니다...."

 

그날 쌍문역을 나오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선물받은 껌 한통도 그랬지만

 

내내 마음속에 쌓여있던 아저씨께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다음에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 껌 몇개라도 팔아드려야겠다.

 

 

 

 

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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