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편하게 생각해도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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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연 [enos1956] 쪽지 캡슐

2002-05-20 ㅣ No.305

 

        몇 년 전에 텔레비젼에서 배를 들어가게 하는 운동으로 방바닥에 어깨를 대고

      벽에 다리를 올려서 반 물구나무 서기를 하라고 해서 시도해 보았습니다만 매우

      힘든 자세였습니다.

 

        이런 몸으로 물구나무 서기는 꿈도 못꾸는 처지입니다. 이제 물구나무 서기를

      할 나이는 지난 것 같습니다. 물론, 저보다 나이 드신 어르신 중에도 잘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는 틀렸습니다.

 

        저는 그냥 편하게 바로 서서 살렵니다. 어차피 꺼꾸로 돌아가고, 뒤엉키고 휘

      감겨서 뒤틀리는 세상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해 본들, 무엇이 바로 보일런지요?

      설사 물구나무 서기를 한다 해도 온갖 더러운 쓰레기로 뒤 덮힌 공해 물질이 치

      켜진 콧구멍으로 무작정 들어가 버릴 것 입니다. 하늘이 땅이 된지 오래인데 물

      구나무 서기를 하면 오히려 땅이 된 하늘을 보는 격이니 뭐 그리 바람직한 일도

      아닐듯 합니다.

 

        거꾸로 걷기는 할 수 있으나, 이 또한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 알려져 있어, 길

      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자기 건강만 생각하여 여러사람 보행에 지장을 준다고 눈

      총받을 일입니다. 또한 거꾸로 간다한들, 참다운 바른 길이 나오겠습니까? 앞으

      로 가나 뒤로 가나 그 길이 그 길인 것을 뭐하러 그리 어렵게 걷습니까?

 

        겨울에 옷을 벗고, 여름에 옷을 입는 것이 어디 나무 뿐 입니까? 우리 인간도

      난 사람 일수록 겨울에는 실내온도를 최대로 높혀서 옷을 거의 벗고 있고, 여름

      에는 냉방온도을 최하로 낮춰서 따스한 옷을 걸치고 있지 않습니까? 나무들이야

      살아 남기 위해서 처절하게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 행위가

      바로 문화수준의 척도로 알기에 더 열심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진리는, 하느님께서는, 신의 섭리는, 바로 우리 마음에, 우리 곁의 이웃에 있

      거늘, 아득히 먼 곳의 진리를, 높은 곳에 계실 것 같은 하느님을 찾아서 힘겹게

      살아야만 할까요?

 

        하느님의 사랑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이 그토록 우리를 목마르게 합니까? 어머

      님의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하느님의 사랑보다 깊을까요? 어렵게 생각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괜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까지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느껴야만 합니까?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십니다. 감성적인 어느 시인이 말하는 하느

      님께 향한 바람직한 우리의 모습이 우습광스럽기 까지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예수님의 가르침이 그토록 따르기 어렵기만 한 것 일까요?

     

        하느님의 섭리에 의하여 태어난 우리, 하느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우리 인

      간은 서로 사랑하며 인간답게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입니다. 하느님께 향하는

      우리의 모습이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모습은 아닐 것 입니다. 편하게, 꾸밈없

      이 삶을 진솔하게 살아갈때, 우리의 그 모습을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더욱 큰 사

      랑을 우리에게 베푸실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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