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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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란 [omsal] 쪽지 캡슐

2000-04-17 ㅣ No.697

환희

 

처음에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할 때는

그 여린 파닥임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하지만 날갯짓을 할수록

더 높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이 꾸준히 나아가기만 하면

얼마든지 기쁜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

맨 처음 너를 알았을 때

나는 알지 못할 희열에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 막막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내가 사랑하고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은

항상 내 곁을 떠나갔으므로.

 

그래도 나는 너에게 간다.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너에게 당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그렇다 내가 환희를 느끼는 것은

너에게 가고 있다는 그 자체다.

마침내 너에게 닿아서가 아니라

너를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 자체가 나에겐 더없는 기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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