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군대간 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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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진 [my999] 쪽지 캡슐

2000-03-07 ㅣ No.367

군대간 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너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들 때,

 

나 그런 널 생각하면서 잠을 설쳐야 했고,       

 

너 내 이름 부르면서 훈련에 임할 때,

 

나 깊은 밤에 너의 이름 나지막이 부르면서 울곤 했고,

 

너 볼품 없는 짬밥 먹고 있을 때,

 

나 비록 식탁에 앉아 있었으나, 밥을 못 뜨고 목메여야 했다.

 

너 비 내리면 우울해 하고 있을 때,

 

나 그전에 쏟았던 눈물이 비가 되어서 니가 있던 곳으로 내린 것이고,

 

너 어쩌다가 기회 생겨서 몇 마디 못하고 끊어야 했을 때,

 

나 끊긴 수화기 붙들고 한참을 울었다.

 

너 내가 밤늦도록 신촌 돌아다닐까봐 걱정이겠지만,

 

나 너의 딴 여자 면회에 마음 쏠리까봐 걱정이고,

 

너 내가 밖으로 나돌면서 다른 남자 만날까봐 걱정이겠지만,

 

나 집에서 혹시나 너에게서 전화올까봐 전화기만 지켰고,

 

너 내가 바람날까봐 항상 걱정이겠지만,

 

나 니가 날 잊고 다방가서 외박이라도 할까봐 그게 늘 걱정이다.

 

너 짬밥 2분만에 먹어치웠을 때,

 

나 너 보내고 입맛 뚝 떨어져서 밥 한 술 못 뜨고,

 

너 밥 달라고 짬장과 싸울 때,

 

나 그래도 살려고 밥먹다가 니 생각에 목메이고,

 

너 완전 군장에 소총 들고 구보 뛸 때,

 

나 니 걱정하다가 버스 놓쳐서 책가방 메고 열나게 뛰고,

 

너 각개 전투한다고 이산 저산 기어 다녔을 때,

 

나 너한테 보낼 편지지 이쁜거 고르려고 모든 팬시점 다 뒤지고,

 

너 삽들고 죽어라 작업했을 때,

 

나 둘이 갔던 까페 지나가다 눈물 글썽이고,

 

너 비오기를 수천 번 바랄 때,

 

나 쌍쌍이 지나가는 커플 보고 한숨 쉬고,

 

너 화장실에서 수돗물 마실 때,

 

나 너 보고 싶어서 울다가 콧물 범벅된 손수건 화장실에서 빨고,

 

너 군가 목터져라 부르고 있을 때,

 

나 청승맞은 노래 들려달라고 방송국에 엽서 쓰고,

 

너 가스실에서 몸부림칠 때,

 

나 휴가 때만이라도 이쁜 몸매 보여주려고 부지런히 윗몸 일으키기 하고 있었고,

 

너 살려고 소금 한 줌 먹을 때,

 

나 집적거리는 남자 애들 소금 한 줌 뿌리고,

 

너 뜨거운 태양 아래 머리 박을 때,

 

나 몸과 마음이 다 약해져서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리고,

 

너 점호 받느라고 눈동자 굴릴 때,

 

나 너한테 보낼 편지에 이쁜 말 쓰려고 이 책 저 책 다 뒤지느라 눈 빨갛게 충혈되고,

 

너 거울에 비친 너의 모습에 하염없이 울었을 때,

 

나 사진 속의 군복 입은 너의 남자다움에 감동하고,

 

너 개목걸이 보고 울었을 때,

 

나 액세사리 가게에서 커플링하면서 다정하게 웃는 애들 부러워서 쳐다보고,

 

너 2년 후 나와 함께 할 시간들 기대하면서 다시 한번 일어설 때,

 

나 2년간 너와 못한 시간 안타까워서 꼭 더 이뻐지면서 기다리라 다짐한다.

 

너 병장으로 진정한 남자가 되었을 때,

 

나 그때 성숙한 너의 여인으로 변해 있을 테고,

 

너 어느새 제대하면

 

나 그때부턴 너만의 신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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