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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하느님 만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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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qhwan111] 쪽지 캡슐

2008-11-29 ㅣ No.42

    가장 인간적인 하느님 만나는 날 부활이 그리스도교의 핵심 축제임을 알면서도 신자들은 크리스마스를 더 기다리고 축제의 장으로 열광합니다. 왜 그럴까요? “부활이 그리스도교 전례주년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크리스마스는 믿음에 대한 최대 인간축제일 것이다. 그것은 이날 우리가 하느님의 인간성을 가장 깊이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베네딕토 교황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마구간 구유의 아기 예수와 초라한 목동들의 벅찬 감동이 완벽한 찬미를 이룬 그날 밤은 하느님의 인간성이 절정을 이룬 날입니다. 우리가 성탄절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대림절이 시작되는 오늘, 복음과 독서는 우리의 이러한 성향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온통 ‘깨어 있어라’고 경고합니다. 짧은 복음 말씀에서 깨어있으라는 구절이 네 번이나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삶이 깨어 있으면서 예수님 성탄을 준비하는 삶이겠습니까? 바로 이천 년 전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메시아를 기다렸던 율법학자, 바리사이, 사두가이는 바로 곁에 계신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알아 본 이들은 멀리 있었던 동방박사들과 하느님에 대해 무식하고 부정하다고 손가락질 받던 죄인들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성경을 잘 알고, 메시아를 학수고대했던 이들이 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이유는 그들의 모든 관심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현세적 욕심을 채우는 데만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로마를 쳐부수고 제2의 모세가 되어 젖과 꿀이 흐르는 나라, 자기들만을 일등국민으로 만들어 줄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예수님을 만났고, 또 그분을 구세주로 고백했던 사람들은 동방박사들, 목동들, 제자들, 과부들과 병자들, 고아와 고통 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였던 순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번 성탄에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을 우리는 제대로 알아 모실 수 있을까요? 대림시기 동안 내 이기적 마음을 정화시켜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랑과 평화, 감사의 마음을 간직한다면 우리 곁에 계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습니다. 스탠턴은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한 번은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맡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앉아 있던 스탠턴은 링컨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같이 일을 하라는 겁니까?” 하며 나가 버렸습니다. 이렇듯 스탠턴이 링컨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내각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요한 국방장관 자리에 바로 스탠턴을 임명했습니다. 참모들은 이런 링컨의 결정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스탠턴이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참모들이 재고를 건의하자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을 하기에 충분합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스탠턴은 당신의 원수가 아닙니까? 원수를 없애버려야지요!” 참모들의 말에 링컨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는 마음속에서 없애버려야지요! 그것은 ‘원수를 사랑으로 녹여 친구로 만들라’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링컨이 암살자의 총에 맞아 숨을 거뒀을 때 스탠턴은 링컨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에 구원 복음은 우리에게 깨어 있으라고 요구합니다. 깨어있는 사람의 마음 안에는 어느덧 사랑이 샘솟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맺어졌던 아픈 과거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성탄보다도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 축제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서울대교구 이기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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