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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도 세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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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qhwan111] 쪽지 캡슐

2009-01-12 ㅣ No.51



 

    예수님께서도 세례 받으시고 “예수님은 어디에서 세례 받으셨나요?” “요르단 강이요” “누구한테 세례 받으셨나요?” “세례자 요한이요.” 잘 대답합니다. 이번에는 좀 다른 질문을 던져 봅니다. “신자답게 살고 있나요?” “…….” 부담스러운 질문일까요? 답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드러난 결과가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날로 혼란해지고 있으며 곳곳에 부정과 부패가 끊이지 않고 일어납니다. 바닷물이 썩지 않고 늘 푸른 생명력으로 살아 있는 것은 그 안에 소금 3%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신자가 인구의 50%가 넘는 이 나라의 곳곳이 이토록 부패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각 현장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은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그 사람이 주님을 믿는 신자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주일에 교회를 가는가 안 가는가에만 달려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신자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신앙의 표지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사업에 실패해 전 재산을 날리고 빛까지 짊어져 큰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루는 무작정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 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도로 맞은편에 양쪽 다리가 없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 장애인은 바퀴를 단 나무판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보행신호가 켜지자 양손으로 땅을 짚으면서 도로를 건너오는 것이 아닙니까.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치자 그가 쾌활하게 웃으면서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참 좋은 날입니다.’ 이일을 계기로 그는 인생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욕실 거울에 붙여두고 매일 면도할 때마다 큰 소리로 읽었습니다. ‘나는 신발이 없다고 한탄했는데, 오늘 나는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성공론」, 카네기).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이렇게 어떠한 경우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 뜻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젊었을 때는 자기 힘을 믿거나 자기의 드러난 업적에 의지해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믿음이 끝까지 갈 수는 없습니다. 일을 해도 인정받기보다는 퇴짜를 맞는 경우가 더 많은 순간이 다가오는데 그 때부터는 오히려 믿었던 힘이 절망으로 바뀌게 됩니다. 주님 말씀 안에서 살 때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여자로서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졌습니다. 나는 젊고 아름답습니다. 나는 돈도 많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 사랑을 받고 있으므로 외롭지도 않습니다. 수백 통 팬레터를 받을 뿐 아니라 건강하기도 합니다. 아무 부족한 것도 없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걱정도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왠지 공허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뭔지 모르지만 그런 기분이 드는 내가 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유명한 미국 여자 배우 마릴린 먼로의 고백입니다. 아름다움을 뽐냈던 만인의 연인 마릴린 먼로는 1962년 어느 날 밤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갈증은 돈이나, 건강, 미모나 보장된 미래로 채워질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재물이나, 건강, 권력이나, 자녀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과 사람을 사랑하고 내 중심에 주님을 모셔놓는 일이 그것입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모두 덤으로 받게 됩니다. 우리 시대가 보여주는 많은 혼란과 갈증, 비인간화와 외로움 등은 세례성사 때 우리가 맹세한 대로 주님을 모시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갈 때 모두 치유될 수 있습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은 우리에게 다시 세례 받은 그 날로 돌아가라고 말해줍니다. 연중 제1주가 시작되는 이번 한 주간 우리는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 이기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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