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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지하철역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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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주 [Laissez] 쪽지 캡슐

1999-10-16 ㅣ No.1507

학교 신문에 실린 글인데,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지하철역 노숙자

 

여기,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

 

머리 맡에 진로 소주는 구르며 소리를 내고

지하철역 모퉁이는 신문지가 하얀 깃털처럼 쌓여

어느새 그사람만의 침대가 된다.

 

이제,

그가 기다리는 것은 싸늘한 죽음뿐이다.

 

여기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

 

가족과 함께 소박한, 너무나 소박한

이야기를 줄기고 아내의 기나긴 사랑에

노동이 힘든 줄 몰랐던 한 때, 그 때는 신자유주의가 쏠고 가면서

싹이 움트게 하지 못한다.

잠은 연결된 필름처럼

심장의 벽에다 영사되어

그를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한다.

깨어날 때도 되었는 데

실감영상의 입체 영화는

그의 아름드리 꿈을 자극하고

얼굴은 신문지 안으로 파묻는다.

 

현실은 추위로 다가가

그의 입술에 차가운 입하고

그와 현실에 무릉도원이 있다.

 

이제,

시간이 없는 누런 얼굴은 썩은 내로

이빨은 항문이 되고 옷은 몸이 되고

바닥은 그가 되고 그는 잠이 된다.

일어날 수 없는 싸늘한 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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