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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15 아름다운 쉼터(길이 보이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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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8-15 ㅣ No.479

길이 보이지 않을 때(유관호, ‘씨앗 이야기’ 중에서)

갠지스강의 발원지 고묵에 갔다가 터버번(Taboban)에 올랐을 때였다. 현지인 친구의 도움으로 별 탈 없이 오를 수 있었는데 문제는 혼자 내려오는 길이었다. 타박타박 산 길을 내려가다 보니 길이 두 개로 갈라져 있었다. 한 길을 택해 한참을 가는데 길이 좁아지더니 모퉁이를 돌자 길이 사라졌다. 내려갈 때는 분명히 있을 것 같았는데, 다시 되돌아 나오려니 길이 가파르고 보이지 않았다. 졸지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에선가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내가 있는 높이의 건너편 산 중턱쯤에 10여 명 정도의 트래킹 그룹이 일렬로 서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내가 갈 방향을 알려 주었다. “왼쪽으로, 세 걸음!”

‘왼쪽으로? 말도 안 돼.’ 그쪽은 낭떠러지였다.

내가 망설이자 몇 사람이 같이 외쳤다. “왼쪽으로 한 걸음!”

내가 그들을 믿고 용기를 내어 한 걸음을 옮기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결국 그들은 끈기 있게 나를 설득시켰고 덕분에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몇 발짝 돌아서면 보였을 그 길이 그 순간 내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 문제에 깊숙이 빠져 있는 나에게는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살다가 길이 보이지 않으면 주저앉지 말고 고개를 돌려 주위를 한 번 볼 수 있는 용기를 내자고 다짐한다. 나를 위해 소리치는 그 말에 귀 기울여 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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