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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31 아름다운 쉼터(마녀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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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8-31 ㅣ No.491

마녀의 빵(오 헨리)

길모퉁이에서 조그마한 빵집을 운영하는 미스 마더. 올해로 마흔인 그녀는 2천 달러의 예금 잔고가 있고, 의치 두 개를 끼워 넣었으며, 무엇보다 인정이 많다. 그런 그녀의 마음 속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바로 일주일에 두세 번 빵집에 들러 언제나 딱딱한 식빵만을 사 가는 한 중년 남자.

그는 언제 봐도 말쑥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얼마나 다정한지... 언젠가 손가락 사이에 묻은 물감 얼룩을 보고 미스 마더는 그가 가난한 화가일 거라고 짐작했다. 두툼한 고기와 달콤한 잼이 들어간 빵과 함께 차를 마실 때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다락방에서 딱딱한 빵을 먹을 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가끔 그가 사 가는 빵에 맛있는 걸 끼워 주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예술가는 자존심이 세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 마더는 늘 입던 낡은 갈색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하늘하늘한 물방울무늬 실크 블라우스를 입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는 식빵을 찾았다. 때마침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며 소방차가 지나갔다. 궁금해진 그는 창문가로 갔고, 미스 마더는 순간 묘안이 떠올랐다. 바로 식빵 안에 갓 배달된 버터를 듬뿍 발라 마음을 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바로 실행에 옮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빵을 건넸다. ‘그림을 그리다가 시장기를 느낀 그는 빵을 꺼내겠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부드러운 버터 맛을 느끼며 나를 떠오를 거야.’ 그렇게 온종일 상상하던 그녀는 그만 얼굴을 붉혔다.

그때였다. 두 사내가 가게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낯선 젊은 남자였고, 또 한 사람은 바로 그 화가였다. 화가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미스 마더를 향해 소리쳤다. “이 할망구야. 당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 같이 온 청년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당신이 내 일을 망쳐 놓았다고! 이 주제넘은 할망구야.” 탕, 탕, 탁자까지 내리치며 소리치는 그를 겨우 문밖으로 끌고 나간 청년은 계산대로 돌아와 말했다.

“저 친구는 블럼버거입니다. 건축 설계사지요. 그는 지난 석 달 동안 공모전에 응모할 새 시청의 설계도를 그리는 데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마침내 잉크로 그리는 작업까지 마쳤지요. 처음 설계도를 그릴 때는 연필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잉크로 덧대어 그린 뒤 딱딱한 식빵으로 연필 자국을 지워 나가지요. 그런데 오늘 당신이 준 그 버터가 든 빵 때문에, 그 빵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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