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복음생각(9월19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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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용 [pgiuseppe] 쪽지 캡슐

2002-09-19 ㅣ No.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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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연중 24주간 목요일 (루가, 7,36-50)

 

<그 때에 예수께서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의 초대를 받으시고 그의 집에 들어가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다.

마침 그 동네에는 행실이 나쁜 여자가 하나 살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예수께서 그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신다는 것을 알고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예수 뒤에 와서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 발을 적시었다. 그리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발에 입맞추며 향유를 부어 드렸다.

예수를 초대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이것을 보고 속으로 "저 사람이 정말 예언자라면 자기 발에 손을 대는 저 여자가 어떤 여자며 얼마나 행실이 나쁜 여자인지 알았을 텐데!" 하고 중얼거렸다.

그 때에 예수께서는 "시몬아, 너에게 물어 볼 말이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 선생님 말씀하십시오."

그러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돈놀이꾼에게 빚을 진 사람 둘이 있었다. 한 사람은 오백 데나리온을 빚졌고 또 한 사람은 오십 데나리온을 빚졌다. 이 두 사람이 다 빚을 갚을 힘이 없었기 때문에 돈놀이꾼은 그들의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그러면 그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그를 사랑하겠느냐?"

시몬은 "더 많은 빚을 탕감받은 사람이겠지요." 하였다.

예수께서는 "옳은 생각이다."하시고 그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말씀을 계속하셨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내 발을 닦아 주었다.

너는 내 얼굴에도 입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맞추고 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발라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발라 주었다.

잘 들어 두어라. 이 여자는 이토록 극진한 사랑을 보였으니 그만큼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네 죄는 용서받았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예수와 한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속으로 "저 사람이 누구인데 죄까지 용서해 준다고 하는가?" 하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오늘 복음에서 저는 예수님과 한 여인의 아름다운 만남을 봅니다.

만남은 소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다운 만남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만남으로 기억되기까지는 서로가 넘어야할 크고 작은 산이 있나봅니다.

이 크고 작은 산을 넘어설때, 즉 각자가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편견과 오해가 극복되고 마침내 수용됨으로써 아름다운 만남은 가능하게 됩니다.

 

 행실이 나쁘기로 주변에 소문이 자자했던 여인, 그 여인의 불안과 근심은 자신의 이런 추함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자신을 받아주실지에 대한 의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용기를 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의 마음을 예수님께 드립니다.

 

 예수님 역시, 어쩌면 처음에는 행실이 나쁘기로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한 여인이었기에 이 여인에게서 아무런 변화의 가능성과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없을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체험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를 끄지 않으십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선입견과 편견을 지우시고 오직 이 여인의 현재만을 보시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십니다.

 

 그리고 그 여인과 예수님의 이런 노력은 마침내 서로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넘어 새로운 관계로, 아름다운 만남의 추억으로 간직되게 됩니다.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수많은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일은 되게끔 하는데 그 의미와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일이 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꼬이게 만드는 약함을 체험하게 됩니다. 자신의 얇팍한 자존심과 감정적 대응이 결국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상처로 얼룩지게 만듭니다.

 

 예수님과 오늘 복음의 여인의 만남을 보면서 관계회복을 위한 두 사람의 소중한 노력이 마침내 아름다운 만남의 추억으로 간직되었듯이, 우리가 맺는 관계 안에서도 서로에 대한 희망의 불씨 만큼은 꺼버리지 않도록, 그리고 지나간 아픔과 상처에 대한 기억보다는 지금, 이순간의 실존을 바라보고 존중하는 지혜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일은 되게끔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희망의 씨앗으로 다시한번 마음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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