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김봉준 형제를 떠나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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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ch033] 쪽지 캡슐

2001-03-31 ㅣ No.2760

 

봄을 시샘했음인가 눈발까지 날리는 날씨는 이 며칠간 계속되고 있다. 그 동안 건강에 이상이 있는듯 하다며 병원에서 검진을 계속하시던 김봉준 바오로 형제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입원한 김에 이것 저것 검진을 받아 보고 있다던 그분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 버리시다니....

"신장 한쪽이 안 좋았는데 그 영향인지 허리가 아파서 새벽미사 나오는데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입원했는데 겸사 겸사 해서 다른 이상은 없나  검사를 받고 있지요. 그동안 검사 결과로는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혹 신부전증이 아닌가하여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곧 퇴원 할 계획입니다." 라고 얼마전 9구역신자들과 문병 갔을때 이렇게 말씀을 하셨고 그 후 또 한번 들렸을 때도 같은 말씀을 하셔서 좋은 결과를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시다니...

 

건장하고 잘 생긴 외모에 나이에 비해 훨씬 더 젊어 보이던 바오로 형제는 말씀을 조용하고 차분하게 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어 대화 상대방을 즐거운 분위기로 참여시키시던 분이셨다.

정치학을 전공하여 정치에도 뜻을 가지고 계셨지만 흔히 정치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꾼의 기질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나는 그분의 정치적 의사나 소신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그것을  나타내  보이지 않은 것이 더 좋았다. 인간적인 면에서는 이곳에 오래 사셔서 폭 넓은 교분관계를 가지고 계셨는데 모든 분들이 그분의 인간성을  존경하고 따르고 있었다.

 

김봉준 형제님과는 성당에서 묘지분과 사목위원을 같이 하면서 지난해 다볼산 묘지에 몇번인가 같이 갔었다. 산소가 늘어나며   가용 묘지 면적이 줄고 있어  걱정하였는데,  그 걱정이 자신이 묻힐 묘지에 대한 걱정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그 분이 그 자리에 안장되는 것을 보면서 자꾸 지난해 일이 떠올라 가신 분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절절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이란 항상 남의 일이고 나에게는 먼 일로 여긴다. 그리고 건강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죽음이란 또 항상 내 일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은 네 차례, 내일은 또 내 차례임이 분명한 일이 아닌가.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그 뜻대로 살아가려 하는 것도 이 세상의 행복의 추구보다는 죽은 다음의 세계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망각한 체 현세의 만족과 눈앞의 일시적인 행복의 추구에 더 몰두하곤 한다. 그래서 하느님의 진정한 뜻을 저버린체 눈앞의 일에 자기의 잣대로 하느님의 뜻을 해석하려드는 경우가 많음을 보고 경험하고 또 스스로 저지르고 있다.

김봉준 바오로 형제가 비록 일찍 가셨어도 그분이 진정하게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신거라면 죽음 다음의 세계는 하느님과 같이 하는 세계이므로 바로 하느님이 데려가신 것이 아니겠는가?  

고인의 유가족에게도 삼가 위로의 말씀을 올리며 바오로 형제가 주님의 품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기도 드립니다.

주여! 김봉준 바오로 형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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