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서울의 첫눈

인쇄

정순옥 [mqwert] 쪽지 캡슐

2002-11-17 ㅣ No.624

오늘 아침
일요일이라 느즈막히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히니
어머머..함성을 지를만큼, 포근하게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수북히 쌓인 갈색낙엽위로
새털같은 흰눈이 내리는 정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침밥 준비도 미룬 채..한참동안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얼마후
눈은 뚝 그치고 비로 변하여
잠시동안의 환상은 깨어졌으나
올 첫눈을 보았던 며칠전, 어느 날에 대한 회상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은
친하게 지내던 교우의 남편이 이 세상 여정을 마치고
고단했던 육신을 땅에 묻는 날이었습니다

헤어지는 가족은 물론, 우리들 모두 슬픔에 젖어
무거운 목소리로 하관기도를 드리는 중에
먼지처럼 보이는 흰 눈발이 날리더니 급기야 세찬 눈보라로 변하여
우리 주위를 휘몰아쳤습니다
그날 눈이 내릴 지도 모른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지만
그 순간 우리들은 이 뜻밖에 일어난 자연의 변화를
떨리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눈보라는
아직은 헤어지기 싫은 가족을 생각하는 망자의 애뜻한 마음이 아닐까..
얼마 후 눈보라는 조용한 함박눈으로 변하였다가
하관식이 끝날 무렵 따사로운 햇살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

나로선 그냥 자연현상이라기엔
너무나 가슴이 벅차....
이별을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위로라고 밖엔..
달리 생각되지 않는 감동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서울의 첫눈을
더욱 메어지는 가슴으로 바라다 보았을 이웃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주님..자비를 베푸소서..."



20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