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2008년~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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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희 [a0071824] 쪽지 캡슐

2009-11-11 ㅣ No.1000

한 달전에 강남 남부버스터미널에서 의자에 앉아 지방행 버스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는 3살 먹은 남자아이가 이리 저리 돌아다니고

30쯤 되어 보이는 애 엄마는 잡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애가 멀리 안보이는 곳으로 없어지면 나에게 짐을 부탁하고 애를 잡아오기를 몇 번...

그런데 애한테 “아가야 할아버지한테 고맙습니다 인사해라” 라고 한다.

“엥” 나한테 할아버지라고...

"아줌마 나 이제 50대 중반이거든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나서도 몇 번을 더 애한테 할아버지라고 이야기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나이을 보통 50대 으로 보곤 하는데..

저 여자의 친아버지가 일찍 장가 갔다면
50대 중후반쯤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봤다.

집에서처럼 애한테 이야기 한다면 나보고 할아버지라는 표현도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마음은 아직 청년이고..

마라톤을 해도...

사이클링을 해도..

산행을 해도..

체력은 남들한테 뒤지지 않는데...할아버지라니

모든 것이 나 스스로 젊음을 바라는 억지일지도 모른다.


먼저 버스를 타러 가는 두 모녀..

마음속으로 애한테 소리치고 있었다.

“꼬마야 아저씨이라 불러라”

그럼 아이스크림, 과자를 왕창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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