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2008년~2009년)
노인으로 적응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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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전에 강남 남부버스터미널에서 의자에 앉아 지방행 버스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는 3살 먹은 남자아이가 이리 저리 돌아다니고 30쯤 되어 보이는 애 엄마는 잡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애가 멀리 안보이는 곳으로 없어지면 나에게 짐을 부탁하고 애를 잡아오기를 몇 번... 그런데 애한테 “아가야 할아버지한테 고맙습니다 인사해라” 라고 한다. “엥” 나한테 할아버지라고... "아줌마 나 이제 50대 중반이거든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나서도 몇 번을 더 애한테 할아버지라고 이야기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나이을 보통 50대 으로 보곤 하는데.. 저 여자의 친아버지가 일찍 장가 갔다면 집에서처럼 애한테 이야기 한다면 나보고 할아버지라는 표현도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마음은 아직 청년이고.. 마라톤을 해도... 사이클링을 해도.. 산행을 해도.. 체력은 남들한테 뒤지지 않는데...할아버지라니 모든 것이 나 스스로 젊음을 바라는 억지일지도 모른다.
먼저 버스를 타러 가는 두 모녀.. 마음속으로 애한테 소리치고 있었다. “꼬마야 아저씨이라 불러라” 그럼 아이스크림, 과자를 왕창 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