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보도자료

한국 가톨릭교회의 의료사목(2007-01-21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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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7-01-27 ㅣ No.4

세계 병자의 날(2)
한국 가톨릭교회의 의료사목

 

 예수 그리스도는 무엇보다 치유자로서 사람들에게 다가오셨다. 예수께서는 병고에 신음하는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으로 그들을 품어 안으시며 그 아픔을 치유하는 일로서 복음 선포를 시작하셨다.

 한국 천주교회는 치유자 예수의 모습을 이 땅에 구현하려 병원을 세워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살피고 질병 퇴치에 최선을 다하며 일찍부터 의료사목을 펼쳐왔다. 또 가톨릭 의료인들은 각급 병원과 관련 연구소 등에서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환자를 치유하고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헌신해 왔다.

 2월9~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행사는 한국가톨릭교회 의료 분야를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한단계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에 한국 가톨릭교회 의료활동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내일을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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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함께 성장해온 의료사목, 전인적 치료 앞장

 

◇ 서양 의학의 전래와 박해 시대(1784~1866)
 한국천주교회의 의료사목은 이 땅에 천주교 신앙이 자생적으로 일어난 1784년을 전후해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교회는 거의 1세기에 걸친 박해로 1만명 안팎이 순교하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의료시약사업을 통해 병자들에게 구호 손길을 베풀어 왔다. 가톨릭 신앙을 수용한 중인계급 의원이나 전통 의술과 약방문을 체득했던 양반 신자들이 가난한 병자들에게 의술을 베풀고 약제를 제공했던 것이다.
 특히 옥중에서도 기적같은 의술로 많은 병자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했던 순교자 이중배(마르티노)는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먼저 경건하게 천주께 도움을 청하고 그 후에야 침을 놓아주고 약을 조제해 주었다는 기록이 내려오고 있다.
 한편 비밀리에 전교활동을 하던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은 시약소를 설치(1859)해 병자를 진료하고 약을 나눠주기도 했으나 그나마 1866년 박해로 폐쇄된다.
 
◇ 수도회의 진출과 진료소 시대(1886~1930)
 박해로 중단됐던 한국천주교회의 의료 활동은 한불수호조약(1886)으로 종교자유가 허용되고, 한국에 진출한 첫 수도회인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제물포(1897)와 서울(1899)에 각각 시약소를 설치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또 원산교구, 평양교구, 연길교구 등에는 미국 메리놀회, 독일 베네딕토회가 시약소와 진료소를 잇달아 설치해 수많은 환자들을 보살피며 의료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1930년대 초까지 가톨릭 의료활동은 전국 각지에 설치된 11개 시약소를 중심으로 한 무료 간이진료 형태로 이어져왔다.

 

순교자 이중배 박해시대에도 의술 베풀며 헌신
수도회 진출하며 진료소 의원으로 발전 거듭해
전국 35개 의료기관 등 … 해외의료선교도 박차

 

◇ 의원 중심의 의료 활동 시대(1930~1950)
 1931년 6월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성교구 청년 연합회'를 중심으로 병원 설립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천주교 경성교구 유지재단은 현재 명동성당 옆(중구 저동 1가 38번지)에 무라카미병원 건물을 매입, 1936년 5월11일 한국천주교회 최초의 정식 병원인 성모병원을 개원함으로써 가톨릭 병원의 역사가 시작됐다.
 또 연길교구에서는 올리베타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시약소(1931)를 개설한데 이어 1935년 독일인 의사가 들어오고 '연길 수녀병원'으로 시설을 확장하면서 의료 활동이 활발해졌다. 또 신의주 성모병원(1936), 진남포 소화병원(1940), 함흥 성심의원(1941) 등이 잇달아 설립되고 각지에 시약소가 증설되면서 무료진료를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 병원 중심의 의료사업시대(1950~현재)
 1950년을 기점으로 한국천주교회의 의료 사업은 획기적 전기를 맞게 된다.
 가장 큰 동기는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피난민이 발생해 각국 가톨릭 교회가 그리스도적 형제애를 발휘해 긴급 구호에 앞장섰고, 해방과 더불어 선진 의학과 의료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새로운 의료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춘 병원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1950년 4월 부산에 메리놀병원, 1951년 성분도병원이 설립된 이후 목포 성골롬반병원(1955)과 부평 성모자애병원(1955), 대구 파티마병원(1956), 의정부 성모병원(1957), 전주 성모병원(1959),  광주 천주의 성요한 병원(1960), 성바오로병원(1961) 등이 개원하면서 병원 중심의 가톨릭 의료사업이 본격적 궤도에 오르게 됐다.
 특히 전문 의료인을 양성하고자 1954년 설립된 가톨릭대학 의학부와 병설 성 요셉 간호학교 역시 국내 유수의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으로 발전해 우리나라 가톨릭 의료 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 의대 설립의 모체인 성모병원을 첫번째 부속병원으로 지정한 것이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설립의 토대가 되어 성요셉자선병원, 성바오로병원, 성가병원, 부평성모자애병원 등을 부속병원으로 아우르며 국내 최대, 최고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가톨릭대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의 역사는 한국 의료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와 함께 수원 성빈센트병원(1967), 부천 성가병원(1962), 포항 성모병원(1977), 청주 성모병원(1998), 순천 성가롤로병원(1998), 창원 파티마병원(2002), 대구 천주성삼병원(2003), 부산 성모병원(2006) 등 종합병원이 각 교구에 잇달아 설립됐다.
 현재 전국 15개 교구에 등록된 가톨릭 의료기관은 35개. 이중 종합병원이 17개, 병원급이 13개, 의원급이 5개이며, 전체 병상수는 1만1578개로 이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도 연간 수백만명을 넘고 있다. 이들 가톨릭 병원은 그리스도의 박애정신에 입각한 자선의료 활동과 복음 선포를 지향하며 원목활동, 가정간호, 호스피스 등 분야를 넓혀가며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전반을 돌보는 전인적 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한국천주교회는 처음 시약소를 설치할 당시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위해 무료진료소를 개설하는 등 질병으로 고통 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선의료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금도 서울 도티기념병원과 요셉의원, 성가복지병원, 안산 성빈센트병원, 전주 성바오로병원, 제주 이시돌 복지병원 등 교회 내 무료병원들은 가난한 환자들에게 한 푼의 진료비도 받지 않으면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한편 가톨릭 의료기관들은 1967년 창립된 한국가톨릭병원협회 회원으로 가입해 의료 사업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공동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특히 무료 개안수술과 소아암백혈병 어린이 의료비 지원 사업을 전개하는 등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내 몸같이 보살피며 그리스도 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또 1980년대 말부터 거의 매년 남미, 아프리카, 몽골 등 해외 오지에 의약품과 기자재를 지원하고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세상의 음지에서 '주는 사랑'을 실천하며 해외 의료선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968년 창립된 한국가톨릭의사협회와 1979년 창립된 한국가톨릭간호협회 또한 우리나라 가톨릭 의료 활동에 직간접으로 기여해 왔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영성적, 사목적 돌봄]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행사의 주제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영성적사목적 돌봄'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치유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육체적 치료뿐 아니라 정신적, 영적 치유에서도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가톨릭대 성모병원 가톨릭조혈모세포센터의 국내 최초 조혈모세포(골수)이식 성공(1983)은 가톨릭 병원이 난치병 환자 치유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조혈모세포센터는 이후 면역 거부 반응과 합병증을 줄이는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 불치병이라 여기던 혈액암 완치율을 높임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실상부한 혈액질환 치료의 '희망'으로 불리고 있다.

 

 또 2002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뇌신경센터는 국내 최초로 성체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생명윤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 전기를 열었다. 이어 2005년에는 가톨릭대 의대 이권행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성인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대규모 혈관성 난치병 환자 임상 치료에 성공해 성체줄기세포 치료가 상용화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교회는 환자에 대한 육체적 치료 못지않게 영적 돌봄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죽음을 앞둔 말기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호스피스의 선도자 역시 '가톨릭'이다. 마리아의 작은자매회 수녀들이 1965년 강릉 갈바리의원에서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활동을 국내 최초로 시작한 것을 비롯해 1988년 강남성모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을 신설하는 등 가톨릭계 병원과 기관들을 중심으로 호스피스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톨릭계 병원 중에서 현재 호스피스 활동을 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고, 호스피스 병동을 마련하고 있는 곳도 대부분 가톨릭 병원들이다.

 

 아울러 가톨릭계 병원뿐 아니라 일반병원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원목실은 고통 중의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하며,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신앙적 도움을 주는 등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 대한 정신적, 영적 치유를 강화하고 있다.

 

서영호 기자

 

 

2007-01-21 평화신문 10면
http://www.pbc.co.kr/news/view.php?id=spe&no=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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