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사제생활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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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22 ㅣ No.648

주임 신부님의 사제생활 25주년을 축하드리며 다음의 글을 적어 봅니다.

 

사제 - 주일 밤의 기도

                               

                    미쉘 퀴스트

 

 

주여, 오늘 저녁 저는 혼자입니다.

성당 안의 인기척이 점점 떠들썩하면서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도 집으로 돌아갑니다. 혼자만이

 

산책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앞질러서

파할 시간의 영화관 앞을 지나서

일요일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키려고

다방 앞에서 버티고 있는 한가한 사람들의

옆으로 비켜서 가는데

길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부딪쳤습니다.

주여 저는 여기 있습니다.

혼자서 침묵이 저를 괴롭히며

고독이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주여 저는 벌써 35세

건강하게 자란 한창 때의 몸과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남들처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당신에게 바쳐 왔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원하는 것은 확실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바쳐 왔습니다마는

이 산 몸뚱이를 당신에게만 바친다는 것은

주여 참으로 괴로운 일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누구에게도

사랑을 구하지 않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젊은 아름다운 여성의 손을 만지고

그것을 더 오래 잡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이성에 대한 사랑에 눈을 뜨고도

그것을 당신에게 맡긴다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자기를 위해 살지 않고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모든 사람과 같이 되어 모든 사람 가운데

있으면서도 모든 사람을 따라 갈 수 없다는 것은

주여, 괴로운 일입니다.

받으려고 하지도 않고 주는 일도,

타인의 죄를 고백받고 괴로와 하며

그것을 참아가는 일도,

비밀을 고백받고 그것을 어떻게도 못하는 일도,

다른 사람을 업어주어도

자기는 업어달랠 수 없는 것도,

약한 사람을 붙들어주어도

자기는 강한 사람에게 기댈 수 없는 것도,

주여, 모두 모두 괴로운 일 뿐입니다.

 

혼자 있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모든 사람 앞에서 외톨이로 서는 것은

세계 가운데서 외톨이로

고통과 죽음과 죄 앞에서 외톨이로 서는 것은

주여, 괴로운 일입니다.

 

아들아, 무슨 말을 하는가

너는 외톨이가 아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지 않는가

나는 바로 나다.

내가 육신을 입고 속죄사업을

지금도 계속하기 위하여

나는 또 하나의 내가 필요하다.

영원한 나는 너를 선택하였다.

내게는 네가 필요하다.

내가 사랑을 계속하기 위하여

네 마음이 필요하다.

나의 구원을 펼치기 위하여

너 자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들아, 나와 함께 있어다오.

주여, 저는 지금 여기 있습니다.

제 몸도, 제 마음도,

제 혼도 여기 있습니다.

원컨대,그것들을 세계의 끝까지 미치도록

그것들이 세상을 짊어지고 설만큼

크고 강하게 해 주소서.

세상을 포옥 싸고,

그러나 자기 중심이 안되도록 깨끗하게 하소서.

원컨대 제가 사람들과 당신과의 만남의 장소가 되고

그러나 임시적인 만남의 장소 이상으로는

되지 않게 하소서.

모든 것, 모든 사람이 당신을 향하고 있는 연로고

자기 속에서 마지막을 이루는 일이 없도록 해주소서.

 

주여, 오늘 저녁 모든 것이 고요한 가운데서

저는 고독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사람들은 제 혼을 탐내고 있사오나,

저는 그들의 굶주림을 채워줄 수 없습니다.

전세계가 제 어깨에 비참과

죄의 무거운 짐을 억지로 떠 맡겨도

저는 당신께 되풀이하여 말합니다.

"옳습니다. 주여"라고.

천천히, 분명히, 거드름 피우지 않고,

자기를 비웃지 않고,

주여, 당신 앞에서 저는 혼자입니다.

이 밤의 안식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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