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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일과 놀이는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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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아 [98allive] 쪽지 캡슐

2000-08-23 ㅣ No.742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보다는 놀이를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즉 일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만 놀이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과 놀이는 무엇이 다르길래 일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놀이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일까?

 

농부가 밭을 갈면서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그는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서 집에 있는 처자식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는 지금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낚시꾼이 월척을 기대하며 뙤약볕 아래서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은 채 고기를 잡고 있다면 그는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부가 고기를 잡으며 오늘 잡은 고기가 얼마에 낙찰 될 것인가만 생각하고 있다면 그는 지금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어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일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놀이가 되는 것이며, 같은 고기를 잡고 있어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놀이가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과 놀이는 그 행위 자체로는 구분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상태에 따라서 그 구분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즉 그 사람의 마음이 그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을 뿐 먹고 사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그는 지금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이 단지 먹고 사는 문제만 생각할 뿐 그 일 자체를 즐기고 있지 않다면 그는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마음 속에서 그 행위 자체의 즐거움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될 때 우리는 그것을 일이라 하고, 먹고 사는 문제보다는 그 행위 자체의 즐거움이 우선될 때 우리는 그것을 놀이라고 하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만 생각하고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은 우리에게 고통스럽게만 느껴질 뿐 전혀 즐거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할 때 우리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 행위가 일이 되느냐 놀이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행위 자체를 즐기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까지 해결된다면 그 때는 자연히 먹고 사는 문제는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니 그것은 일이면서도 동시에 놀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생을 즐겁게 살고자 한다면 바로 이러한 일을 하면서 살아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들 중에 어떤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일찍부터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고 그 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재능을 키운 사람들일 것이다. 소위 요즈음 전문가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이러한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앞으로는 전문가가 아니면 인생을 즐겁게 살아 가기가 힘들 것이다. 전문가라는 말은 어려운 말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 자세를 가지고 살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점점 더 재미를 느끼게 되고 전문성이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연히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서 먹고 사는 문제도 저절로 해결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고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소질이 한 가지씩은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 속히 자신의 소질을 발견해서 그 소질을 활용하기에 적합한 일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 다음 그 일에 흥미를 가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일단 자신의 일을 발견하게 되면 그 일이 자신의 천직이다 생각하고 계속해서 한 우물을 파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서 전문가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고 일과 놀이를 동시에 즐기며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살 수가 있는 것이다.

 

한 우물을 파야 물을 마신다는 말이 요즈음 같이 가슴에 와 닿은 적은 없었다. 내가 이 격언에 반대되는 인생을 살고 보니 이 말의 진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지도 모른다. 나는 인생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에 항상 만족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고 그러다 보니 다양하게 이것 저것 경험은 많이 해 보았지만 하나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게 되고 말았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부터라도 한 우물을 파는 길만이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사는 길이 될 것이다.   

 

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은 대체로 소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돈 보다는 자신의 일에 더 비중을 두고 그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의 일 외에 특별히 다른 놀이를 즐길 줄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이들이 인생을 가장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의 일을 즐기며 행복하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과 놀이는 본래 구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일도 되고 놀이도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을 놀이로 생각하는 인생을 살아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행복하고 후회 없는 즐거운 인생을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즉 돈만 보고 유행 따라 몰려다니는  물고기떼 같은 인생을 살지 말고,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우직한 인생을 살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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