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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잇기]거지이야기-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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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승 [hyunseung000] 쪽지 캡슐

2000-03-20 ㅣ No.1253

'영혼에 대해서 경험해본적이 있니?!' 그녀의 첫번째 질문이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럴수가... 이렇게 어의없는 일이... 소중한 질문을 그렇게..?!" "첫키스도 아니고, 첫날밤도 아니 영혼에대한 경험?!"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만을 쳐다보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웃음도 잠시뿐... 소영이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금새 새파랗게 질려버린것이다.

'영혼이라니... 무슨....' 힘들게 꺼낸 소영의 말에 그녀는 다시 질문을 했다. '그래, 영혼.. 쉽게 얘기해서 귀신! 귀신말이야' 귀신이란 말이 떨어지자 소영은 부르르 떨기까지했다.

이내 분위기는 잠잠해졌고, 소영이 말했다. '벌칙을 받을께..' 정말 의외의 대답!! 사람들은 생각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거지?! 이런 질문에 벌칙이라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다. '알았어. 그럼 벌칙을 받아' 하며 소영을 구석방으로 데려갔고 사람들도 금새 따라갔다. 그들이 구석방문을 열었을때 볼수 있었던건 단지 어둠... 암흑뿐이었다. 조금 불안해진 효동이가 말했다. '야, 불좀켜'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고, 모두들 소리치기 시작했다. '불켜! 불키란 말이야' '불켜!!'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알았어 조용히 좀 해!' 불이 켜졌을때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들이 들어온 그 방은 도저히 2000년대의 공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조선시대에나 걸맞을것 같은 낡은 가구들, 수많은 거미줄, 그리고 여기저기 널려져 있는 쥐와 바퀴벌레들의 시체.... 그런 그곳의 저 구석에선 소영이 울고 있었다. 그들이 소영이를 향해 다가가려 했을때 그녀가 막아서며 말했다. '소영이는 벌칙을 받아야 하니까 우린 게임이나 하자.'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기분나쁜 이방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했다. 그러자 소영은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고 그때 민호의 한마디!

'소영아 왜그래?' - 사실 여자보는눈이 남달랐던 민호는 소영에게 첫눈에 반한 상태였다.-

소영이 다가오며 말했다. '나보러 이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래. 난 몰라~~' 그 소리에 그 방은 온통 [짜증의 바다]가 되어 버렸고, 용석이와 효동이는 이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소영의 통통함에 포로가 되어버린 민호는 계속해서 소영을 위로하려 했다. '소영아, 그럼 질문에 대답하면 되잖아..' '왜?! 말 못할 이유라도 있는거야?!' .................... "말 못할이유...귀신?! 소영이가?! 설마..." 순간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기 시작했고, 소영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들은 알수 없는 불안감에 모든 것을 멈췄다. 그리고 소영의 대답.. 그들은 그 알 수 없던 불안감의 실체를 느낄수 있었다. '그냥.. 처음부터 너무 쉽게 대답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아~~~  이겨낼수 없는 짜증과 썰렁함의 물결~~ 바로 그것이 였던것이다. 고요~~ 방안은 그들과 침묵만이 존재했다. 그 침묵을 깨뜨린건 바로 소영이였다. '나 영혼따윈 관심도 없고, 경험도 없어! 그리고 나 갈꺼야!! 재미없어!!!' 소영은 그 한마디를 남긴체 떠났다. 민호가 소영을 뒤따라갔고, 하나둘씩 그녀의 곁을 떠나버렸다. 혼자 남겨진 그녀는 청소를 시작하며 중얼거렸다. '그래 가라가! 내가 한다! 내가해!'..... '좀더 어려운 질문을 하는건데...' 그녀는 자신의 무지를 한탄하며 쉬지않고 청소를 했고, 날 밝아올무렵 그녀는 본연의 모습을 갖춰가는 방을 보며 너무나 기뻤다. 그녀는 그 기쁨을 애인인 대진에게 알리고 싶었고, 피로도 잊은채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우~ , 뚜우~ .... 평소에도 안터지던 대진의 핸드폰이 지하인 [X호프]에서 터질리 만무했다. 그녀는 집요하게 전화를 했고, 매번 그의 목소리 대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그녀는 절망속에 빠져버렸다. '네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어떻게 나를..' '어떻게 나를 버릴 수 있는거야!!'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배신감에 소리쳤고, 순간 참아왔던 극심한 피로와 배신감이 교차를 이루며 그녀는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길을 가던 거지가 배고픔과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집으로 들어왔고, 그 거지는 전화기를 들고 쓰러져있는 한 여인을 보게되었다.

거지가 전화기를 들었을때...

전화기에선 이름모를 한 여인의 목소리만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지금 저희 고객의 사서함으로 연결중이오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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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까지 거지이야기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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