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오직하느님의영광을위해서..(1고린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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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oteresa] 쪽지 캡슐

2000-02-10 ㅣ No.1023

(나해) 연중 제 6 주일    

 

     "여러분은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일을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십시오"

                             (1고린 10,31)  

 

문익환 목사님께서 돌아가신지 몇 년이 되었습니다. 그분의 발자취를 더듬는 글들을 보며, 죽음의 순간까지 올곧게 지킬 수 있었던 그분의 숭고한 통일의 열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너무도 분명한 이 삶의 지표는 그분의 생활과 동떨어진 통일운동이 아닌, 생활 그 자체로서 통일의 삶을 살 수 있게 했고 고통의 시간에도 의연히 맞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복 음 (마르 1,40-45)

나병환자 하나가 예수께 와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며 "선생님은 하고자만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 주실 수 있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손을 갖다 대시며 "그렇게 해 주겠다. 깨끗하게 되어라" 하시자 그는 곧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 예수께서 곧 그를 보내시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한 대로 예물을 드려 네가 깨끗해진 것을 그들에게 증명하여라" 하고 엄하게 이르셨다. 그러나 그는 물러가서 이 일을 널리 선전하며 퍼뜨렸기 때문에 그 때부터 예수께서는 드러나게 동네로 들어 가지 못하시고 동네에서 떨어진 외딴 곳에 머물러 계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예수께 모여 들었다.

 

 

제 1 독서 (레위 13,1-2. 44-46)

야훼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살갗에 부스럼이나 뾰루지나 어루러기가 생기면, 살갗에 문둥병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니 아론 사제에게나, 그의 아들 사제 중 누구에게든지 데려 와야 한다. 그는 악성 피부병이 머리에 난 환자이므로 사제는 반드시 그를 부정한 사람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악성 피부병 환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윗수염을 가리우고 ’부정한 사람 이오’,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쳐야 한다. 병이 있는 동안은 그는 부정을 벗지 못한다. 부정하니만큼, 그는 진지 밖에 자리잡고 따로 살아야 한다."

 

 

제 2 독서 (1고린 10,31-11,1)

그러나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일을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십시오. 여러분은 유다인에게나 그리이스인에게나 하느님의 교회에나 어느 누구에게든지 양심의 가책을 받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도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씁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구하여 결국 그들을 구원하려는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으십시오.

 

 

                                        길라잡이

                                        

오늘 복음의 전반부에 나오는 나병환자와 예수님의 대화와 상황은 긴장과 엄숙함이 깔려 있습니다. ’무릎을 꿇고 애원하며’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나병환자의 믿음의 외침도 외침이지만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즉시 행동에 돌입하시는 예수님의 단호함이 박진감 있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병으로 일그러진 육신, 사회의 모멸 찬 냉대에 부서져버린 마음, 그 비참함에서 구원을 부르짖는 환자의 처절한 모습을 깊은 연민으로 바라보십니다. 그 속에는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이렇게 비참할 수 있는가 하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도무지 이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격렬한 거부감 같은 것이 깃들여있습니다.

오늘의 제 2 독서는 우상에게 희생 제물로 바쳐진 고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바오로 사도의 긴 말씀(1고린 8,1-11,1)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는 두가지의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원칙은 우상들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므로 그 고기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보통 고기라는 것을 전제하면서 모든 전례적 형식주의를 극복하도록 권고합니다. 둘째로는 사랑에 관한 것으로, 그 고기를 먹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 양심의 가책을 받게 하는 경우에는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그 형제의 연약한 양심을 존중하도록 권고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행동의 대원칙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합법적으로 공동체에서 추방된 나병환자를 측은한 마음과 함께 단호한 행동으로 치유시키시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신 예수님을 잘 본받고 있으며 그래서 자신있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으십시오"(1고린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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