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전례] 목련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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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연 [jungsy] 쪽지 캡슐

1999-06-10 ㅣ No.397

제가 좋아하는 시 시리즈 두번째입니다.. *^^*

 

 

 

                     목      련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류시화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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