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당신과 나의 벽을 허물며(연중 2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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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8-18 ㅣ No.1807

 

 

2002, 8, 18 연중 제20주일

 

 

마태오 15,21-28 (가나안 부인의 딸을 낫게 하시다)

 

예수께서는 거기서 떠나 띠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 마침 그 지역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서 외쳐 말하기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다윗의 아드님, 제 딸이 모질게 귀신들려 있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부인에게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시자 제자들이 다가와서 "부인을 돌려보내십시오. 저희 뒤에서 (따라오며) 외치고 있습니다" 하고 청하였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나는 오직 이스라엘 가문의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부인이 와서 예수께 절하고 "주님, 저를 도와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렸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하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렇습니다. 주님, 그러나 사실 강아지들도 그 주인들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여쭈었다. 그 때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부인에게 "아, 부인, 당신의 믿음이 장합니다. 소원대로 당신에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 시간부터 부인의 딸이 나았다.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다윗의 아드님, 제 딸이 모질게 귀신들려 있습니다."

 

다윗의 아드님!

 

가나안 여인의 눈에 예수님은 다윗의 아드님이었습니다. 다윗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이방인인 가나안 여인에게 대구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당신을 유다인으로 간주하고 미리 선을 그어버린 이방인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었겠습니까?

 

계속 다그치는 이방인 여인, 그리고 제자들에게 드디어 예수님께서 입을 여십니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가문의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습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전히 한 사람의 유다인으로서 말씀을 하십니다. 미리 선을 그어버린 이방인 여인에게 유다인의 한 사람으로서 말씀을 하십니다. '당신이 나와 당신을 갈랐기 때문에,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를 없애는 것은 바로 당신의 몫입니다'라는 심정으로.

 

"그렇습니다, 주님, 그러나 사실 강아지들도 그 주인들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간절한 믿음, 딸을 위해 강아지와 같은 처지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이 절절이 배어 있는 이 말을 통해서 가나안 여인은 자신과 예수님 사이의 거리를 없앱니다. 유다인으로서 예수님과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구별을 없애고 오직 하느님께 대한 믿음, 예수님께 대한 간절한 믿음으로 자신을 예수님과 일치시킵니다. '강아지면 어떻고, 주인의 아들이면 어떻습니까, 그것이 뭐가 중요합니까? 하느님의 양식을 같이 먹을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라는 마음으로.

 

"아, 부인, 당신의 믿음이 장합니다. 소원대로 당신에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가나안 여인이 자신과 예수님 사이의 거리를 없애는 순간,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어떻게 부릅니까? 은연중에 예수님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고 있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벗이라고 불러주셨는데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와는 동떨어진 누구, 특별한 누구로 멀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믿음의 생활, 믿음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일상 생활은 예수님과의 일치 안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일치는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께 다가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와 예수님 사이의 거리를 없애야 합니다.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벗으로 예수님을 맞아야 합니다. 유다인이신 예수님을 한국인 그리스도인이 우리가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성서를 이스라엘 역사가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서 당신을 향한 거창한 호칭이나 화려한 찬사를 원하시지 않고, 오히려 격의 없이 어울리는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을 원하십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을 편안한 벗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라시는 예수님께 '가장 사랑하는 나의 벗, 예수님, 언제나처럼 나와 함께 하십시오' 라는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우리이고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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