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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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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숙 [godh] 쪽지 캡슐

2008-03-13 ㅣ No.6398

  

   세상이 어지럽다. 무엇때문에, 라는 질문을 생략하고 --- 아니면

 의도적으로라도 잊어버리고 뭔가를 쟁취하자고 부르짖는다. 그렇게 부르짖는

 현실사회의 리더, 나팔수들(?)은 자신이 스스로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최소한의 성찰도 없이, 과감하게도 정말 무모하게도

 우리 존재와 정신과 욕망을 마음대로 이끌고 가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의식없이 끌려가는 짐승인 것처럼 "옳다, 옳소!" 하고

 따라가는 것처럼. 그 쟁취하자는 것을 우리가 갖기 위해 잠을 줄이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에 몰두하자고 한다. 그렇게만 하면 모두가 돈을 잘 벌고,

 현실에 만족하고, 행복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그 뭔가를 소유하기 위해 매순간 노심초사 하고,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좀 먹는 잠을 적게 자고 생활리듬을 깨버리고 낮에는 가끔 멍해지고 판단

 력이 흐려지는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마치 뭔가에 홀린듯 뭔가에 쫓기는 듯 자신과 자식, 가족이 행복해지려고

 온갖 수단방법을 생각해내고 실천해 보자는 세상분위기가 이 순간에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유혹은 악마의 속삭임처럼 참 달콤하다. 마치 "행복한 눈물"

 을 흘리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취한 듯, 흐릿한 눈망울을 한 채 한탕 크게 해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 

 

    경제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단순히 돈을 왕창 벌어보자는 것 뿐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온갖 생명이 숨쉬는 이 땅덩어리도 내가 소유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끝없는 소유욕은 사랑과 자유, 그리움, 사람과 예술에 대한 감성과

  우리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정신적이고 심미적인 것들마저 자기만 소유하고 

  독점하려고 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고, 사람다운 삶을

  살려면, 행복하게 살려면 뭔가를 꼭 소유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닐까?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소유라는 물질에 자신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것이 심화되어 그 소유라는 헛깨비에

  인생을 얽어매어 자기자신이라는 주인을 노예로 전락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직이라고, 세속의 잣대로 종교를 보지말라고 하는 종교인들은 

  무소유를 신앙처럼 받아들이고 스스로 정신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마땅함에도 물질적인 부유함에 빠져 호화롭게 생활하면서, 또 국민의 기본적

  의무인 납세는 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참 본말이 전도되고 사람이 짐승의 가치관을 가지면서 잘 먹고 잘 살자고 거리

  낌 없이 주장하는 난세가 아닌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세상살이가 쉽지는 않는 현실이지만 소유관념과

  소유욕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면, 굳이 성공하자고 잘 살아보자고 그렇게

  악악거리며 이 세상을 살지 않고도 행복과 여유를 함께 나누고,

  우리와 세상만물에는 훈풍이 도는 본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 사람은 한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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