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소년 소방대원 (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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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길 [region] 쪽지 캡슐

1998-11-19 ㅣ No.210

  스물여섯 살의 엄마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어린 아들을 내

려다보고 있었다. 가슴이 슬픔으로 메어졌지만 그녀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다른 부모들처럼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잘 성장해서

인생의 모든 꿈을 이루기를 소망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백혈병이 그것을 다 앗아가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아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의 손을 잡고 물었다.

  "봅시, 넌 이 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

니? 너의 삶에서 네가 이루고 싶었던 어떤 꿈이나 소원을 가진 적이

있니?"

  아이는 대답했다.

  "엄마, 난 언제나 이 다음에 소방대원이 되고 싶었어."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너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봐 줄게."

  그날 늦게 그녀는 아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 있는 소방본부를 찾아

가서 소방대원 보브를 만났다. 보브는 피닉스(불사조)처럼 큰 가슴

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설명하고, 여섯

살 난 아들을 소방차에 태워 도시를 한 바퀴만 돌아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

  소방대원 보브는 대답했다.

  "우린 그 이상의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수요일 아침 7시에 댁의 아

들을 데리러가겠습니다. 그날 하루 동안 그 아이를 명예 소방대원으

로 임명하겠습니다. 아이는 소방본부에 와서 우리와 함께 식사를 하

고 화재 신고도 받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이의 신체 사

이지를 말씀해주시면 아이를 위해 실제 소방복과 장난감이 아닌 소

방모자, 그리고 고무장화를 준비하겠습니다. 모자에는 우리가 착용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노란색으로 된 피닉스 소방본부 마크를 부착

하겠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이곳 피닉스에서 만들고 있기 때문에 금

방 구할 수 있습니다."

  사흘 뒤 소방대원 보브는 병원으로 와서 봅시에게 소방대원 복장

을 입힌 뒤 갈고리와 사다리가 설치된 소방차로 안내했다. 봅시는

소방차 뒷자리에 앉아서 소방본부로 갈 때까지 다른 소방대원들을

도왔다. 봅시는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그날 피닉스에서 세 건의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봅시는 그 세 군

데의 화재 현장에 모두 출동했다. 출동시에는 매번 소방차와 구급

차, 그리고 소방대장의 차를 바꿔 탔다. 봅시는 또한 그 지역 텔레비

전 뉴스에도 방송이 되었다.

  꿈을 이룬 봅시는 자신에게 쏟아진 아낌없는 사랑과 애정에 감동

받아 의사가 예측한 것보다 석 달을 더 살았다.

  어느 날 밤 봅시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 모든 생명 신호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구도 홀로 죽어선 안 된다는 호스피스 이론을

믿고 있던 병원의 수간호원은 봅시의 가족을 병원으로 불렀다. 그리

고 수간호원은 또 봅시가 소방대원으로 활약했던 일을 기억하고는

소방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소방복장을 갖춘 대원을 한 명 보내서 아

이의 마지막을 지켜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소방대장은 말했다.

  "우린 그 이상의 일도 할 수 있소. 5분 안에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

리다.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소? 불자동차 사이렌 소리

가 들리고 비상등이 깜박이는 것이 보이면 병원 전체에 화재가 난 것

이 아님을 알려주시오. 다만 가장 멋진 소방대원을 한 번 더 만나기

위해 소방본부에서 찾아온 것이라고 전하시오. 그리고 아이의 병실

창문을 열어놓으시오. 고맙소."

  5분 뒤 갈고리와 사다리를 설치한 불자동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

리며 병원에 도착했다. 봅시가 입원해 있는 3층 병실까지 사다리가

올라가고 소방복 차림을 한 14명의 소방대원과 2명의 여자대원이 사

다리를 타고서 봅시의 병실로 올라왔다. 엄마의 허락을 받아 그들은

한 사람씩 봅시를 껴안으면서 그들이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말했

다.

  마지막 숨을 내쉬며 봅시는 소방대장을 향해 물었다.

  "대장님, 나도 이젠 정식 소방대원인가요?"

  소방대장이 말했다.

  "그렇다네, 봅시 대원."

  그 말을 듣자 봅시는 미소를 지으며 영원히 눈을 감았다.

 

                                             잭 캔필드, 마크 한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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