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우연 제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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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범 [john27] 쪽지 캡슐

1999-07-18 ㅣ No.165

우연(열 번째 이야기) - 지겨운 날의 연가 -

 

 

>철이: 신일병이 돌아왔습니다. 이녀석이 진짜 개기는데요. 사진을

 

 가져왔기는 한데 주기가 아깝다는군요. 이 녀석이 간이 배밖으로 나왔나?

 

 그녀를 만났답니다. 엉? 그녀가 돌아왔어? 예 그렇습니다. 너 설마 내 얘기는

 

 안했겠지? 애인이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야~. 하 죽같네... 참말로 난감한

 

 녀석입니다. 이제 그녀를 보면 무조건 도망을 가야겠군요. 이 녀석을

 

 받아버리고 영창을 가 버려? 그런데 녀석이 몰래 그녀의 독사진을 훔쳐왔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찍은 사진이군요. 헤헤 이것 때문에 봐줬다. 이제

 

 잠자리에 들면서 그녀를 그리기가 쉬워졌습니다. 그녀는 더 예뻐졌군요.

 

 소녀티에서 이제는 완연한 아가씨의 모습입니다.

 

 

 

>민이: 현석이가 군대로 돌아갔습니다. 조금 섭하군요. 호호...  비슷한

 

 녀석들끼리 잘 살고 있나봅니다. 석이가 그의 욕을 많이 하긴 했지만

 

 친한사인거 같았습니다. 오늘은 내일 유럽으로 떠날일과 그의 생각 때문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철이: 또 여름이 지쳐 녹음이 들고 그또한 바래버리면 가을이 오겠군요.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이런 날씨에 유격훈련이라니...  신일병 죽으면

 

 안돼...  첫해니까 많이 힘들겁니? 땀으로 지친몸이 끓고 있습니다, 잠시

 

 쉬면서 녀석한테 물을 건네었습니다. 자대로 돌아가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민이: 런던의 어느 호텔에서 같이 떠났던 사람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다들

 

 좋은 사람들 같이 보이는군요. 여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남자들은 군대문제

 

 때문에 해외 여행에 에로사항이 있다는군요. 호호..그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요? 후배녀석을 괴롭히고 있을까요?       

 

 

>철이: 일주일 동안의 유격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하하... 이제 곧 제가

 

 병장이 됩니다. 병이 아니라 장 입니다. 날씨가 더워 뭐 별 할일도 없습니다.

 

 풀이나 잘랐지요. 이눔의 풀은 뽑아도 끝이 없습니다. 빨리 휴가날자가

 

 와야하는데...

 

 

 

>민이: 호호... 이런 곳도 있구나. 놀랍습니다. 친구와 전 참으로

 

 놀랐습니다. 다 벗고 다닙니다. 사람들이 기분좋게 잔디밭에 앉고, 누워

 

 옷이란 옷은 다 벗어 버리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에그 민망해라.

 

 남자가 이상한걸 덜렁거리며 우리 앞을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해가

 

 떴나봅니다. 다른 날보다 사람이 많다고 하는군요. 난 지금 뮌헨의 잉글랜드

 

 가든에 와 있습니다. 이런 멋(?)있는 곳에 와 사진을 안 찍으면 안되겠죠.

 

 호호.. 저기 남자, 여자가 옷을 다 벗고 나란히 누워있군요. 찍어볼까요?

 

 그둘을 앞에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헤이. 모하는기고.(독일어나 불어.)

 

 엉? 여기서 사진찍으모 오짤라고 그러는기고 기분 더럽데이...(독어나 불어)

 

 무슨 말하는거야. 홧?  아무래도 누워있던 둘이가 화가 난거 같습니다.

 

 여기서는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나봅니다.  에.. 위아투어리스트.

 

 웨어라퍼럼. 아유코리언? 왜 그사람 이 우리보고 바로 한국사람이냐고

 

 물었을까요. 기분이 별로네요. 홀라당 다벗은 놈하고 이렇게 이야기까지 하게

 

 될줄이야. 녀석의 표정은 분명 기분이 좋지 않은거 같았습니다. 와타시

 

 니혼징데스 간곡짱데와 아리마셍. 홧? 아유제퍼니스? 오예. 아임 제페니스.

 

 친구와 둘이는 바로 일어서 도망을 쳤지요. 국적을 속인건 가슴아프지만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진 말아야겠기에... 사진나오면 스켄해서

 

 인터넷에다 띄워버려야지. ^^

 

 

 

>철이: 말병장한테도 면회를 오는군요. 최고참 면회 따라나가서 뭐 좀

 

 얻어먹고 왔습니다.  신일병생각이 나서 몇개 줏어다 주었더니 좋아합니다.

 

 사진때문이야 임마... ^^  

 

 

 

>민이: 조명에 노랗게 물든 파리의 에펠탑을 보며 저녁을 들고 있습니다.

 

 아름답군요.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은 새벽이겠군요. 여기는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은 한국은 참 덥겠습니다.

 

 

 

>철이:새벽하늘 별이 참 많습니다. 총알도 없는 총을 들고 화약고를 지키고

 

 섰습니다. 부대뒤의 산에 올라서면 서울이 보일까요? 지금은 빛을 잃고

 

 잠들어 있겠군요. 새벽이라 한여름인데도 시원합니다.

 

 

 

>민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십일도 채 못되었지만 시차적응이

 

 안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내내 졸았습니다. 피곤합니다. 집에

 

 들어가면 샤워부터하고 한숨 푹 자야겠습니다. 사진찾고 여행갔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도  봐야되고 며칠간 좀 바쁘겠습니다.

 

 

 

>철이: 딱 열흘 남았습니다. 하하... 휴가나갈일 말입니다.  날씨는 덥고

 

 졸음이 많이 옵니다. 신일병이 내 눈치를 보며 어디를 갑니다. 불쌍한놈 넌

 

 언제 제대할래?.... ^^

 

 

 

>민이: 학교 동아리방을 갔더니 현석이한테서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치~그

 

 몰래 편지 쓰느라 글씨가 엉망이니 이해해 달라는군요. 그가 나한테 편지쓰는

 

 걸 보면 또 그의 편지를 자기봉투에다 넣어보낼 것같다며 말입니다.

 

 이녀석아. 내가 너한테 잘해준 것중 가장 큰 이유가 그와 닮은 분위기

 

 때문이었는데... 그래 잘했다. 그의 편지가 있었다면 너의 이 편지는

 

 푸대접을 받았겠지? 친구가 녀석 면회한 번 가자고 합니다. 그럴까요? 잘하면

 

 그도 볼 수 있겠군요. 날자를 잡았습니다.

 

 

 

>철이: 드디어 휴가를 나갑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장장 팔개월 만에 나가는

 

 겁니다. 중간에 포상휴가도 있었지만은 대대장이 바뀌는 바람에 취소가

 

 되었습니다. 억울하지는 않습니다. 이번휴가에 붙었거든요. 내 팔한 쪽에

 

 짝대기 네 개가 달렸습니다. 나도 이제 병장입니다. 성병장. 어감이 좀

 

 이상하군요. 성병~장님 잘 다녀오십시오. 신일병 저녀석을 한 대 패버리고

 

 나갈까요?... ^^

 

 

 

>민이: 야했던 사진들은 사진관에서 한장도 현상을 해주지 않았군요. 혹시

 

 사진관 아저씨가 자기만 뽑아 가지고 밤마다 보는건 아닐까요? ^^ 며칠동안

 

 여행갔다 온 사람들과 재밌게 놀았습니다. 학교는 못 가봤지요. 참

 

 후배누구를 꼬셔야 하는데요. 석이 면회 갈려는데 그누구가 석이가 좋아했던

 

 여자거든요. 자기가 왜 가냐며 빼고는있지만 갈 것 같습니다.  어감이

 

 그랬어요. ^^

 

 

 

>철이: 학교는 또 썰렁합니다. 한창 방학중이라... 앗, 이럴수가!! 자전거

 

 타고다녔던 친구가 군복을 입고 학교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휴가

 

 나왔나봅니다. 핫핫하... 녀석은 이제 짝대기 세개군요. 같이 놀아주기가

 

 그런데요. 자기도 심심했나 봅니다.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로 짤래짤래

 

 다가왔습니다. 그래 한잔 해. 학교에 소주를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낯익은

 

 건물앞 벤취에 앉아 술을 먹었습니다. 둘이서 밤늦게까지 소주 몇 병을

 

 들이켰습니다. 하하. 지금 심정 같으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도 말할 자신이

 

 있습니다. ^^ 하지만 그녀는 마주쳐지지 않았습니다. 캬~ 좋다!!  읔.

 

 벤취위에서 자다가 밤에 수위 아저씨한테 걸렸습니다. 녀석은 어딜간거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는데 할증료를 물어야 했습니다.

 

 

 

>민이: 사대 앞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갈 사람은 차있는 남자선배 하나,

 

 나와 친구. 그리고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후배 이렇게 넷입니다. 일찍

 

 출발하려고 8시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벤취 밑에서 군복입은 누가 자고

 

 있습니다.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르고 자고 있습니다. 낯이 익군요.

 

 자면서도 모자는 똑바로 써고 잡니다. 선배오빠가 그 모습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찹니다. 자기 때는 안그랬다며 겨우 상병휴가 나온 거 같은데 빠져도  

 

 너무 빠졌다고 합니다. 그런 거 같네요. 부대로 갔습니다. 10시가 조금

 

 못되었습니다. 석이가 참 반가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럴겁니다. 예쁜 여자가

 

 세명이나 왔는데요. 여자후배는 안 올려고 하더니 말은 자기가 다하는군요.

 

 고개를 돌려 부대를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그가 군생활을 하는구나...

 

 군인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새까맣게 모두들 탔습니다. 그의 소식이

 

 궁금하군요. 석아? 너 고참선배는 지금 뭐하니? 누구요? 성병장님이요? 응.

 

 못 불러내니? 먹을 것도 많은데...  불러낼 수 있죠. 아 맞다. 사흘 전에

 

 휴가 나갔는데요.  치~ 그와는 자주 우연으로 마주 쳐지기도 하지만

 

 어긋나기도 자주하네요. 그가 그럼 서울에 있겠군요. 돌아가면 학교 도서관에

 

 가봐야겠습니다.   

 

 

 

 

 

>철이: 역시 나는 캐주얼이 잘 어울립니다. 스포츠 머리에 핸섬한 얼굴...

 

 이의 제기 하시는 분들 울어머니 힌테 물어보세요. <철이도 왕자병 기질이

 

 다분하죠?! ^^> 할일도 없는데 도서관이나 가볼랍니다. 자전거 친구녀석은

 

 자길 혼자두고 집에 가버렸다고 엄청 열받아 하더군요. 내가 일어났을때 그는

 

 없었는데... 그녀석하고 도서관 휴게실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제법 늦은

 

 오전이지만 방학이라 도서관에 학생들이 없네요. 어라? 호호 아니지 하하.

 

 ^^  그녀가 예전에 그녀가 앉던 자리에 있네요. 또 주무시고 있군요. 훗~

 

 지나쳤던 예전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이 담긴  모습입니다. 한 동안

 

 서서 그녀를 보았습니다. 휴게실로 왔습니다. 커피가 또 맹물이군요.

 

 방학때는 관리를 잘 안하나 봅니다. 친구가 왔습니다.  그도 평상복입니다.

 

 그가 나를 본체만체 자판기 앞으로 가서 동전을 집어 넣는군요. 그래

 

 집어넣어 봐라.  녀석이 졸라 (엄청. 아 또 쓰고 말았군요.

 

 졸라...^^)투덜됩니다. 알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잠시간 녀석과 앉아

 

 대화를 했습니다. 불쌍한 놈... 아직 제대할 날이 일년도 더

 

 남은 엄청 불쌍한 놈.... 녀석이 편지나 주고 받자고 합니다. 애인처럼

 

 보내주기로... 자기는 여자처럼 글씨를 잘 쓴다고 합니다. ^^ 녀석이 글씨를

 

 예쁘게 쓰는건 내가 알지요. 하하... 나도 글씨는 좀 예쁘게 씁니다.

 

 군발이들끼리 편지주고 받기가 그렇지만 내무반에서 내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도대체 여자한테 편지가 오지 않습니다. 녀석도 그렇다는군요.

 

 그래 작전상 후퇴다. 예? 그 말은 여기서 쓰는 말이 아니라구요? 군발이들이

 

 다 그렇지요. 그래 상부상조다. 앗! 그녀입니다. 그녀가 자판기 앞으로

 

 생각없이 왔습니다. 아직 저를 못봤습니다. 보면 큰일나지요. 내가 그녀의

 

 애인이라고 사칭한 걸 신일병이라는 놈이 그녀에게 다 말했다고 했습니다.

 

 녀석 뒤에 모습을 숨겼습니다. 우쒸....  참 친절하다 너. 대뜸 녀석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요. 그 자판기 맹물밖에 안나와요. 예?

 

 그녀가 날 봤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날 알아볼까? 생각을 했습니다. 신일병이

 

 말한 놈이 누군지 알게 뭡니까?  그런데 그녀는 날 안다는 듯 저놈이

 

 고놈이구나... 하는듯 웃으며 나를 계속 쳐다봅니다. 병장까지 달고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달아나야 겠군요. 빨리 따라 나와 임마. 친구녀석한테 그

 

 소리만 남겨두고 그녀를 휭 지나쳐 도서관을 빠져 나왔습니다. <어구~

 

 바부.... 한 마디도 못하고... 쯧쯧... 사내대장부가... ^^  그죠? >

 

 

 

>민이: 도서관에 나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말입니다. 휴가 나와서

 

 도서관 나올 확율은 적지만 그래도 도서관에서 군복입은 사람들을 간혹

 

 봤습니다. 예전에 내가 앉던 자리가 비었군요. 그가 앉던 자리도 비어

 

 있습니다.  그 자리가 매일 그가 앉아 공부하는 것처럼 그리움을 주네요.

 

 공부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니 공부가 잘 될리 없습니다. 졸음이 옵니다.

 

 어머 또 자버리고 말았군요. 잠을 깨야겠습니다. 커피나 한 잔하고 올렵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을려고 하는데 누가 맹물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훗~ 돌아봤습니다. 낯익은 얼굴. 그리고 그사람 옆에는 그보다 더 낯익고

 

 그리운 얼굴. 그가 있었습니다.<아이~ 좋아!>

 

 그는 내 기대처럼 도서관에 나와 있었습니다. 군복차림도 아닌 예전에 많이

 

 보았던 옷차림. 그가 내 눈망울을 머쩍은 듯 피해버립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일어서 나를 횡하니 지나쳐 달아나 버렸습니다. '바보.' <응, 맞어!!

 

 정말로 바부~야.... > 그의 친구도 곧 뒤따라 나갔습니다. 그 둘이 있었던

 

 자리에는 맹물이 담긴 종이컵 두개가 그둘을 대신해 놓여 있습니다. 훗~

 

 그의 친구가 그에게 예전에 내가 당했던 맹물커피의 복수를 해주었나 봅니다.

 

 

 

 

>철이: 야이. 개라슥아.^^ 왜그래 임마. 아까 그 여학생한테 죄지은 거라도

 

 있냐? 아니면 네가 사랑이라도 하는 여자냐? 그녀를 보더니 왜 갑자기

 

 달아나는데? 그래. 둘다다. 정말? 그래? 너 눈 높다. 주제를 알아라 임마.

 

 참내. 예전엔 별로 안 이쁘다고 그랬잖아. 하기야 군발이라 안 예뻐 보이는

 

 여자가 어디겠냐. ^^ 내가 그랬냐? 그렇게 말하니 눈에 익다. 언젠가 나하고

 

 말도 한 것 같은데...                                                  

 

 

>민이: 그는 부끄러움이 많은 걸까요? 아니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요?

 

 그건 아닐꺼에요. 그가 보냈던 편지들은 점점 애틋한 느낌을 주며 그의

 

 순수한 맘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처음 받았을 때보다 더 말이죠. 그가

 

 제대를 하고 나면 달라지겠지요? 호호 내년에 그가 복학을 하면 나와 같은

 

 3학년이겠네요. 나도 내년에 복학을 할 거니까 말이에요.

 

 

 

>철이: 또 부대복귀할 날이 이틀밖에 남지를 않았습니다. 도서관이나

 

 가볼까요?  자전거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당구나 치자고합니다. 그래.

 

 당구를 치다가 녀석이 뭔가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시간 겐세이를

 

 엄청하는군요. <짜슥~ 빨리나 칠 것이지... > 아, 맞다! 오늘 도서관

 

 휴게실에서 그녀를 봤다. 누구? 빨리 쳐 임마. 그 네가 짝사랑한다는

 

 여학생말이야. 그녀가 도서관에 있대? 응. 어떤 남자하고 있던데... 쭈글하고

 

 이상하게 생긴 남잔데 선밴가봐. 뭘 상담하더라. 뭘?  얼핏 들어서 자세한건

 

 모르고 그녀가 남자친군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하던데... 뭐 그도 자길

 

 좋아하는데 반응이 없다면서 자기가 어떻게 할까? 물어보던데. 안됐다 너.

 

 불쌍한 놈. 뭐.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 수도 있지. 난 그냥 짝사랑이야 임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이 이상합니다. 꼭 내 맘을 어떤놈한테 뺏긴것

 

 같습니다. 다 이겨가던 당구도 패하고 말았습니다. 복귀하면 잊혀져

 

 가겠지요. 하하.  흑흑...

 

 

 

>민이: 오늘도 도서관을 왔지만 그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부대복귀를 했나

 

 봅니다. 우리과 남자선배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참 웃기게 생긴

 

 선배입니다. 하지만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있는 선뱁니다. 말도 재밌게 하고

 

 다정한 면이 많거든요. 같이 앉아서 얘기를 좀 했지요. 그냥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남자 친구 얘기가 나오게 되었고 그가 생각이나 몇 마디

 

 물어보았지요. 나도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하는 걸 아는데 우리는

 

 아무사이도 아니고 심지어 몇 마디 대화도 못나눈 사이라고 했습니다. 선배가

 

 끌끌 웃더니 서로 짝사랑

 

 하는 사이구만. 그러며 누군가 손만 뻗으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그게 참으로

 

 어려운게 아쉽다고 합니다. 맞아요. 잘아시는군요. 그래서 또

 

 물어보았습니다. 그가 편지를 보내 먼저 손을 뻗었는데 사소한 오해로 그걸

 

 내가 거부했다고 했지요. 간단하네. 너도 편지 보내면 되겠네 뭐. 호호...

 

 그렇네요. 위문편지는 취솝니다. 어떤 내용으로 보내지? 얘기에 정신이 팔려

 

 몰랐는데 휴게실에 그의 친구가 있었네요. 그가 혼자 있는걸로 봐서 그는

 

 부대로 돌아갔나봅니다. 그가 나왔다고 한 날로부터 열흘이 훨씬 지났습니다.

 

 

 

>철이: 부대 복귀를 했습니다. 찝찝합니다. 복귀한거 자체도 찝찝하고 그녀

 

 때문에 또 찝찝합니다. 신일병이 반갑게 날 맞이했습니다. 고참들한테

 

 인사하고 보자 잉. 내가 휴가간 사이 그녀가 면회를 왔다는군요. 또 내

 

 얘기를 했답니다. 물론 좋은 말 했을 리 없겠지요.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녀석의 머리를 겨드랑이에 끼고 알밤을 깠습니다. 왜 때려요? 어라. 나보다

 

 일년이나 짬밥이 없는놈이 개깁니다. 군대 많이 좋아졌다. 좋은 말 많이

 

 해주었는데요. 누나도 성병~장님 얘기 많이 했단 말입니다. 좋게요. 끝까지

 

 놀리네요. 그래 내가 아들 뻘인 너하고 입씨름해서 뭐하겠냐? 가서 꽃

 

 편지지나 사와라.  <자전거 녀석한테 쓸 모양이군... 쯧쯧... ^^>

 

 

 

>민이: 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애틋하게 아련하게 그리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내 마음속 그의 모습을 그려서 말입니다. 그가 나에게 보냈을 때처럼

 

 저도 무기명으로 보냈습니다. 그래도 그가 내가 보낸걸 알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를까요? 괜찮습니다. 나도 그처럼 계속 보내면 되니깐요.

 

 

 

>철이: 끌끌. 빨리도 보냈다. 이렇게 보낸다고 내가 넌 줄 모르겠냐? 꽤

 

 여자처럼 썼다. 글씨도 예쁘고 뭐 하나 나무랄게 없구만. 휴가 때

 

 자전거친구가 제의했던 걸 실천에 옮겼습니다. 고참들의 눈초리가 놀라는

 

 빛입니다. 그 괜찮네요. 무기명입니다만 그의 군부대 주소는 이미 알지요

 

 우표에 찍힌 도장은 희미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 같기도

 

 한데...아니겠지요. 편지를 전에 받았던 편지와 같이 놓았습니다. 하하...

 

 녀석이 전에 나한테 보낸 편지가 눈에 띠네요. 글자가 비슷합니다. 녀석이

 

 맞군요. 신일병한테 뺏은 그녀의 편지의 글자와도 비슷합니다. 더 비슷한거

 

 같기도 한 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네 글씨 하나 만큼은 맘에 든다. 답장은

 

 몰래 써야 겠지요? 저도 여자처럼 보내야합니다. 무기명으로 보낼까요? 한때

 

 무기명으로 그녀한테 편지를 많이 보냈었는데 기분이 새롭겠네요. <참~

 

 할일도 없다!!! ^^ 남자들은 다 이런가요?... 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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