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우연 제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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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범 [john27] 쪽지 캡슐

1999-07-18 ㅣ No.167

우연(열 두번째 이야기) - 흔들리는 잎새 -

 

 

>민이: 동아리에서 후배하나가 석이에게 편지 쓰는 걸 보았습니다. 호호

 

 잘됐다. 후배에게 석이더러 다음에 나한테 편지 보낼 때 그에 대해서 조금은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에게 편지를 써 볼까요?  날씨가 조금씩

 

 추워집니다.

 

 

 

>철이: 날씨가 춥습니다. 신일병녀석이 아무래도 날 감시하는 거 같습니다.

 

 뭘 째려봐?!.. 수민이 누나하고 어떤 관계냐고 좀 진진하게 물어봅니다.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 장난치지 말고 사실을 말하랍니다. 자기가

 

 소개시켜 줄 의향이 있답니다. 아서라... 제대할 날이 언제가 될지 아직도

 

 깜깜한 녀석이... 풋~ 또 그러기도 싫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녀와 난 인연이

 

 있을 거 같습니다. 잊혀지지 않고, 잊을만 하면 내앞에 나타나고... 답장이나

 

 쓸랍니다. 답장을 해야 할 편지가 많습니다. 오늘 무기명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이 떠올려

 

 졌습니다. <아직도 몰라?... 그렇게 감이 안와?.쯧..>

 

 

 

>민이: 석이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가 있네요. 요즘

 

 펜팔편지 쓰느라 참 바쁘신 몸이라는군요. 뭐야? 조만간 낭패 당할 것 같다고

 

 합니다. 뭘? 그가 쓴 편지의 내용이 뒤죽박죽이라는 군요. ^^ 자기생각엔

 

 그가 편지지의 이름과 편지봉투의 이름을 다르게 해서 보낸 것도 있다고

 

 합니다. 제대 말년이 되면 다 그런다고 하는데... <그런감?.... 쩝...>

 

 석이가 그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음 하는데 내 의사가 어떤지 물어

 

 보았습니다. 어머머 별꼴이야. 자기보다 그를 먼저 알았다는 걸 석이는

 

 모르는가 봅니다. 생각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후배님... 그와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서로 자연스레 알게 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는 내가 보내는

 

 편지를 단지 펜팔 편지처럼 받고나 있지 않나 걱정도 되네요. <걱정하는 게

 

 마땅해...  걔 바부야~ ^^>

 

 

 

>철이: 내 밑으로 집합! 어라, 내무반 전체가 다 모였어? 그러고 보니 내

 

 위로 아무도 없네요. 이제 제대할 날이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심심하네요.

 

 날씨는 많이 춥습니다. 난 별 할 일도 없어요. 왜 그런지 펜팔했던 애들이

 

 하나 둘 연락을 끊었습니다. 내 딴에는 잘 써서 보냈는데... 그래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편지는 계속옵니다. 일곱통째 받았습니다. 그 편지는 항상

 

 나에게 그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가 이 편지를 보냈을까요? <그래, 이

 

 바부야~> 무엇 때문에?<그것도 몰라? 에구~ 바부... 꼭 누구 같네... ^^

 

 who?... >  누군가 고참인 날 위해 수를 쓴거 같기도 하지만 내 맘은 그녀라

 

 믿고 있습니다. <쨔~식 이제야 뭘 좀 아는구만...^^> 그럼 됐지요 뭐.

 

 <고롬~>

 

 

 

>민이: 방학을 했군요. 벌써... 시간이 참 빨리도 갑니다. 무얼 남기고

 

 가버리는지 시간은 그처럼 나를 횡하니 스쳐지나갑니다.  음반점 아저씨가

 

 이제는 크리스마스에 관한 송(song)을내보내도 되지 않겠냐?  합니다.

 

 그럼요. 설레이는 한 주가 되겠습니다.

 

 

 

>철이: 시간 진짜 안갑니다. 도대체 동지가 지났건만 해는 왜 이리 긴지

 

 모르겠습니다... ^^ 오늘이 무슨 날이냐?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라 부르는

 

 날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전부 뭘 읽느라 바쁘군요 나한테 온 편지는 없냐?

 

 없는데요. 신일병 너한테는?  있는데요. 혹시 수민씨  한테서 온건 있냐?

 

 없는데요. 너 언제부터 나한테 ~데요..라고 끝을 맺었느냐? 좀 됐는데요.

 

 군발이처럼 해 쨔샤.  예! 시정하겠습니다.

 

 

 

>민이: 우표값이 170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전 몰랐었거든요. 그와

 

 석이한테 보낸 카드에는 종전의 150원짜리 우표를 붙혔습니다. 혹시 못

 

 받지나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음반점은 크리스마스 때가 대목이라 쉬지를

 

 않네요. 흑흑 이 좋은날 오후 음반점 안에 갇혀 있어야 하다니... 하지만

 

 실내에 퍼지는 상쾌한 음악이 그런 내 마음을 말끔히 씻어줍니다.

 

 

 

>철이: 길고긴 일월이 갔습니다. 새해에는 사회에서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갈 겁니다. 민간인! 군발이의 우상. 민간인... 바로 내가 민간인이

 

 된다는거 아닙니까. 푸하하. 신일병 저녀석 상병휴가 연기됐습니다. 신상병

 

 안됐네...그려. 다른 건 다 연기되어도 제대날짜는 연기가 되지 않습니다.

 

 ^^ 일주일만 버티자. 말년휴가다~

 

 

 

>민이: 요즘 그에게 좀 무심 했습니다. 한 동안 편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카드까지 합쳐도 여덟번 밖에는 보내지 않았지요. 그는 나에게 아홉 번을

 

 보냈는데 말입니다. 복학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이번

 

 달까지는 내가 책임지기로 했고 못한 공부도 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오늘은 그에게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그가 곧 제대를 할 것 같네요.

 

 호호... 저도 군복무기간이 26개월인 걸 알거든요. 오늘 편지지 마지막에 내

 

 이름을 적었습니다. 저 수민인데요. 전 줄 알았어요?  만나게 되면 서로 아는

 

 척 하기로 해요. 뭐 이런 식으로 내 이름을 밝혔습니다. 그처럼 학번하고 과

 

 이름은 밝힐 필요가 없겠죠. 그가 다 알고 있는 거니까 말이에요. <철이를

 

 넘~ 높이 평가하는구먼... >

 

 

 

>철이: 하하. 나 먼저 나갔다 오마. 신상병~ 내 돌아오면 봐. ^^ 짧은

 

 휴가입니다만 그래도 날아갈 것 같습니다. 엄마가 제대할 거면서 왜 나왔냐고

 

 합니다. 너무 하십니다. 학교를 갔었지만 혹시나 그녀를 볼까하고 간 것은

 

 아닙니다. 복학신청을 해야죠. 전 남들처럼 군복무 때문에 한 학기 이상씩

 

 놀고 그러지는 않겠습니다. 빨리 졸업하고 놀겠습니다. <짜~식.. 뭘 좀

 

 아는군!! ^^>

 

 

 

>민이: 어머머. 이게 누구니? 음반점에 있었는데 참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습니다. 석이의 얼굴이었습니다.  너 휴가 나왔니? 예. 동아리방

 

 갔더니 수민이 누나는 여기 있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래. 이번달 까지만...

 

 이거 정말 누나가 보낸거에요?  석이가 나한테 보여준 것은 그에게 보낸

 

 아홉번째 편지였습니다. 이걸 왜 네가? 성병장님 제대했어요. 저번 주에...

 

 편지는 병장님 제대하는 날 도착했구요. 미안해요. 다른 고참이 뜯어 봤어요.

 

 하하. 내가 전해주어도 되지만 직접 전해주세요. <에구~ 부끄러워라...웬,

 

 망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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