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우연 제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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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범 [john27] 쪽지 캡슐

1999-07-18 ㅣ No.169

우연(열 네번째 이야기) - 설마가 사람 잡아도 좋은 날 -

 

 

>철이: 오전의 깊은 여운은 누군가의 흔들어 깨움에 여리고 흐린 풍경들에서

 

 선명함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여?" 과 친굽니다. 너 복학했냐고

 

 묻는군요. 아직 학기 시작도 안 했는데 복학은... 복학신청만 했다고

 

 했습니다. 반갑다고 합니다. 자기도 이제 복학을 할 거라는군요. 그 말

 

 할려고 잠을 깨웠단 말여?!!! 친했던 친구니까 그럴 수도 있지요.<철이는

 

 맘도 너그럽군...^^ 이런 남자 오데 없남?!> 커피나 한 잔하며 이야기 좀

 

 하자고 합니다. 뭐 싫을거 없지요. 쿠쿠. 이게 누구신가?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금방 누군 줄 알겠습니다. 내가 자던 모습도 그녀에게 이런 귀여운

 

 모습으로 비추어 졌을까요? 아니겠지요. 그녀는 두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머리를 고이 숙여 자고 있습니다. 나처럼 그냥 머리를 박고 자지는 않습니다.

 

 그리웠던 그녀의 모습. 이 모습을 조금 더 보고 싶지만 친구가 불러냅니다.

 

 나중에 봐요~ 다시 도서관을 들어올 땐 긴장이 좀 되겠습니다. <왜에~~ ?>

 

 우이씨~ 아는 놈들 둘을 더 만났습니다. 놓으란 말이여. 누구를 봐야 한단

 

 말이여.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당구를 치고, 한 네 시간정도 쳤나요.

 

 점심을 먹고, 남자들끼리 게이소리 들을 일 있냐? 커피숍도 갔습니다.

 

 <남자들끼린 잘 안가나 보죠?..>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을까요. 들어가야

 

 해. 술 한잔 하잡니다. 크윽...뭐? 또 당구쳐? <환장하겠군!! ^^>죽빵 한 번

 

 치잡니다.<이게 뭐지?...>그래 오늘 당구장에서 죽자. 도서관에 돌아왔을 때

 시계바늘은 10시를 훨씬 넘어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텅빈 그녀의 열람석,

 

 그리고 초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가방... 이게 친구들에게 자기는

 

 인기 작가라고 거짓말하고 다니는 이모씨가 독자들에게 현혹되어 날 그녀와

 

 못 만나게 할려고 만든 결과라는 걸 난 모른 채 가방을 챙겨야 했습니다. 뭐

 

 챙길 것도 없네요. 책 한권 내어놓고 펴지도 않았으니 말입니다.<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않하구...> 우이씨~ 누가 커피를 왕창 마셨나? 또 맹물이여?

 

 <니가 짝사랑하는 그녀가 다 마셨겠쥐~ > 밤하늘이 뿌옇게 물들었지만 그래도

 

 까맣습니다.

 

 

 

 

>민이: 희미한 열람석의 칸막이가 뚜렷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신을

 

 차렸습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옆을 쳐다 보았습니다. 썰렁~ 그가 자리를

 

 비웠군요. 내 잠든 모습을 보고 그는 어떻게 생각을 했을까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가 돌아 와 앉겠지요. <너, 아직 두 꿈나라니?...꿈깨!! 이

 

 아가씨야...^^> 내 가방 한 편에선 도장 찍힌 편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니!" 동아리 후배군요. 무슨 일일까요? 자기도 후배가 생겼다며

 

 소개를 시켜 준다고 합니다. 입학도 안 했는데 좀 늙어보이는 남자하나와

 

 여우같은 여자하나가 벌써 우리 동아릴 가입했답니다. 오티 때

 

 친해졌다는군요. 결국은 이거였군요. 나보고 점심 사 달라는 거였습니다.

 

 기집애! 약아가지고 인심은 자기가 베풀고 나는 돈을 썼습니다. 그래 학기

 

 시작하면 보자꾸나... <나중에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없지 않나?...

 

 ^^> 조금 떨리는 맘으로 도서관에 들어 갔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그가

 

 앉아 있을 것만 같습니다. 없군요.

 

 저녁을 먹고 들어와도 그는 없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어요. <빨랑, 가방 싸서

 

 가라~ 진작 그러지...> 차라리 가방도 들고 가시지 그랬어요. 그가 또 나

 

 때문에 밖에서 머뭇거리는 건 아닐까요? 오늘 열람실을 자주 들락거리느라

 

 자판기 커피를 많이 마셨습니다. <봐봐... 민이가 다... 마셨잖아~> 속이 좀

 

 매스껍네요. 그는 어디를 갔을까요? 할 수 없이 아홉시를 조금 넘겨 가방을

 

 챙겨 나왔습니다.

 

 

>철이: 그녀가 준 테이프를 듣고 있습니다. 집안에 아무도 없고 홀로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놓고 여유를 느끼고 있지요. 그녀가 나에게 이 테이프를 준

 

 의미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뭘것 같아?...> 그녀가 나를 알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거절을 당하고 난 뒤 난 내자신이 부끄러워 내가 썼던 편지를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일이 미소짓게 하며 떠올려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준 한장의 편지. 그걸 꺼내어 읽어 보았습니다.

 

 그때는 어렸을때죠.  충분히 마음이 바뀔 수가 있습니다. 군대에서 받았던

 

 편지는 분명 서울에서 온 편지였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이렇게 바뀌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자가 너무나 닮았습니다. 웃음이 낄낄될 정도로

 

 나왔습니다. 으이씨~ 누구여? 우리형이 뭐가 좋냐며 뒷통수를 쳤습니다. 노크

 

 좀 해라. 또 쳤습니다. 노크라네요... 음악소리 좀 죽이라고 합니다.

 

 편지지를 보더니 아직도 그 짓이냐며 쯧쯧 거립니다. 아직 여자친구 하나

 

 없는게 되게 뻑뻑거리네요. 노래가 좋다며 테이프를 뺏어갈려고 합니다. 그건

 

 안되지요. 절대로 말입니다. 돌려줘야 할 테이프라 했는데 결국은

 

 뺏겼습니다. 나쁜 형아~

 

 

 

>민이: 오늘은 개학날입니다.  입학식도 있네요. 95학번 새내기들이

 

 귀엽군요. 수업을 마치고 동아리방으로 갔더니 이미 본적이 있는 남자후배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촌스럽고 좀 늙어보이긴 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 충청도 녀석 이지요. 가자 내 점심 사줄께. 학생식당이지만

 

 말이야. 후배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하하 녀석이 하숙을 하는데 자전거로

 

 통학을 한다네요. 쑥스러운듯 태워줄까요? 그럽니다. 뒷자리에 탔습니다.

 

 치마를 입고와 한쪽으로 탈 수 밖에 없네요. 야 내가 너보다 네 살이나

 

 많아.  떨긴 왜 떠니... 내가 녀석의 허리를 잡자 참 많이도 떠는군요. 사대

 

 앞은 내리막길입니다. 얘 좀 천천히 좀 가~...

 

 브레이크가 좀 맛이 갔어요. 아항 그럼 나 내릴래. 빠른 속도로 누군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대앞에서 누군가 놀란 모습으로 나를 쳐다봤습니다. 그군요.

 

 호호. 나도 자전거 탔습니다. 담에 마주칠 일 있겠죠. '끼이익!' 무슨

 

 소릴까요? 그가 뒤에 있는데 다시 뒤돌아보기가 좀 그렇네요.

 

 

 

>철이: 오늘은 개학날이지요. 헤헤. 나는 과감히 사대에서 듣는 교양과목을

 

 신청 했습니다. 잘했습니까? 그녀를 한번쯤은 마주칠 수 있겠지요? 뭘

 

 듣냐구요? 초급 일본어요. 그 수업이 월요일날 들었습니다. 사대안 일교과

 

 학생회실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휴강이라고 말하는 조교 놈이 눈에 익은 얼굴입니다. 어디서 본

 

 놈이지? 덩치가 산만한게 무식하게 생겼습니다. 수업을 끝마치고 사대를 빠져

 

 나왔지만 그녀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괜히 마음만 설레었지요. 뭔가 쌩 내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아!~ 나는 어쩌라고 어떤 촌스러운 남학생이 모는

 

 자전거 뒷자리에 그의 허리까지 잡고 말입니다. 그녀가 타고 있었습니다.

 

 섭합니다. 수민씨.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건 또 모야?...

 

 끼이익 소리를 한바탕 내고는 자전거가 나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들고 있던

 

 가방만 저만치 날아가고 저는 별로 아픈 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자전거 한대에 세 명이나 타고 있었습니다. 어쭈 여자까지

 

 끼였어? 다쳤냐고 물어보는군요. 그럼 받쳤는데 안 다쳤겠냐? 에구 불쌍한 내

 

 가방. 여자가 예뻐서 참는다. 여학생이 낯이 익네요. 앞으로 조심해요.

 

 

 

>민이: 학생식당에 예전에 그와 교양같이 듣던 친구가 "기집애야 불렀는데 왜

 

 대답을 안했냐"고 따집니다. 나 잡을려고 후배 자전거 얻어 탔다가 큰일 날뻔

 

 했다는군요. 낯이 익은 누군가를 치일뻔 했답니다. 그래? 그럼 네가 밥 사면

 

 되겠다고 말했다가, 그녀의 불타는 눈초리에 내가 타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이쪽은 누구세요? 새내기 후배야. 안녕하세요. 95학번 현철이라고 합니다.

 

 되게 늙어보인다. 몇 년 생이에요? 얘 말 놔. 늙어보여서..방년 용띠

 

 76년생인디유. 25살은 되어 보이는데... 제 엄마께서 저를 보름정도 더 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 늙어보이긴 한다. 삶이 너를 포기하게 만들지라도

 

 누굴 원망하지 말아라. 에그. 자세히 보니 군대까지 갔다온 그보다 더 늙어

 

 보입니다.

 

 

 

>철이: 공강 시간이 되니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예비역 몇 명이서 족구를

 

 하길래 저도 끼였지요. 공포의 강 스파이크다. 날랐습니다. 그리고 찼습니다.

 

 홈런. 참 멀리도 날라가네요. 얼라리요? 공이 떨어집니다. 절묘하네요.

 

 걸어오던 여학생의 머리 한 쪽을 맞히더니 옆에서 같이 걷던 여학생의 머리도

 

 맞추어 버립니다. 너무 우연입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알고봤더니

 

 어제 낯이 익던 여학생은 그녀의 친구였군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구요?

 

 그녀의 옆에 있었으니까 말이죠. -.- 내가 찬 공은 공대쪽으로 오던 그녀와

 

 그녀의 친구머리를 맞추었습니다. 잘됐다. 그녀는 어떤 놈의 뒷자리에

 

 애인인양 타고 갔겠다. 그녀의 친구가 탄 자전거는 내 가방을 아프게 했겠다.

 

 나, 나쁜 놈입니까? 머리를 만지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 스럽기만 합니다.

 

 오랜만에 뛰어볼까요. 내친구들은 미안해하며 그녀들 한테로 갑니다. 싹싹

 

 빌어라.  나는 도망간다~ 공대 건물안으로 냅다 뛰었습니다. 다시 나오다

 

 그녀를 만나 흠~ 놀랐지만 내가 찬 줄은 모를겁니다. 그 둘은 얘기하고

 

 오다가 맞았으니까 말이죠. 미안해요~ 그녀가 왜 날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지나쳐 가는걸까요? 그리고 공대는 왜 왔을까요?

 

 

 

>민이: 과감히 공대에서 듣는 교양을 한과목 신청을 했습니다. 나 혼자

 

 가기가 그래서 친구를 꼬셨습니다. 난 컴퓨터를 왜 486이니 펜티엄이니

 

 그러는 줄 아직 모릅니다. 친구는 모니터만 크면 다 좋은 컴퓨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구요? 제가 들을 과목이 '컴퓨터의

 

 이해'거든요.  친구하고 나하고 공대 쪽으로 걸었습니다. 오늘이 그

 

 교양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누가 더 컴맹인거 때문에 얘기를 막 했었지요.

 

 아무래도 하늘에서 노한거 같습니다. 컴퓨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서로 잘난척 한다고 말입니다. 어디선가 축구공이 날라와 내 머리를

 

 맞혔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 공을 꼭 헤딩이나 한 것처럼 재잘거리던 친구의

 

 얼굴도 맞추어 버렸지요. 족구를 했던 학생들 몇 명이 미안해 하며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순간 웃음이 났습니다. 솔직히 축구공 날라와 맞은 거 별로

 

 아프지 않았습니다. 왜 웃음이 나왔냐 하면요 우리에게 다가온 한 사람의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공찬 개철이 녀석은 어딜 간거야?" 호호. 그가 찬

 

 공에 제가 맞은 거였군요. 그렇죠? 도망간다고 안잡힐리 없죠. 그는 공대

 

 안으로 도망을 갔었나 봅니다. 내가 갔겠지 생각을 하고 나오다 저하고 딱

 

 마주쳤거든요. 친구는 왜 웃냐고 그럽니다.  머쓱해 하는 그의 모습이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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