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우연 제 1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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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범 [john27] 쪽지 캡슐

1999-07-18 ㅣ No.170

우연(열 다섯번째 이야기)  - 그래도 못다한 말 -

 

 

>철이: 일본어 누가 쉽다고 그랬습니까? 배운 적이 없어 참으로 어렵습니다.

 

 사대를 떳떳하게 올 수는 있었지만 그녀와 만나지지는 않군요. 다시 편지를

 

 써볼까요? 싫습니다. 그것보다 용기가 서지 않네요... 그녀를 다시 보게 되니

 

 단지 짝사랑의 그리움 뿐이던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괜한 기대는 하지

 

 말자. 그대보다 높은 기대로 인해 행여 그대를 잃지는 말아야 겠기에...

 

 

 

>민이: 컴퓨터 누가 쉽다고 했습니까? 어려워요. 친구는 왜 나만 쳐다볼까요?

 

 공대는 사대와 달리 사람이 참 많네요. 여기서 그를 마주치기란 참 어려울 거

 

 같습니다. 편지는 언제 줄까요? 봉투는 보내기 어색해 하는 내 마음처럼

 

 낡어만 갑니다. 다시 편지를 쓸까요? 싫습니다. 이 편지 쓸 때의 내 맘을

 

 잃기는 싫으니깐요. 그를 다시 보게 되니 마냥 잊혀지지 않고 그리기만 하던

 

 마음이 떨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대보다 높은 꿈으로 그대를 꾸어나 볼까요?

 

 

 

>철이: 저 녀석이다. 그때 단 한번 스쳐 지나며 봤는데 바로 알 수가

 

 있겠습니다. 그는 그처럼 개성 있는 얼굴입니다. 자전거가 달려옵니다.

 

 시비를 걸고 싶습니다. 왜냐구요? 그녀와 친한거 같으니깐요. <질투

 

 하는구나?... ^^> 이제 저도 학번이 그런대로 됩니다. <대~선배란 말이지?...

 

 짜식...> 살며시 그가 오는 자전거 앞으로 발을 디밀어 넣었습니다. 으~

 

 예상한거  보다 아픕니다. 자전거 바퀴가 내 발을 밟고 지나쳤습니다. 야!

 

 임마~ 니가 그러면 안되지... 엄청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하는데 제가

 

 다 미안할 정돕니다.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길래?!... 개성 있는 얼굴이라

 

 더 그래 보인가?...^^> 됐어요 그냥 가세요... 죄송하구먼유~ 브레이크가 잘

 

 안들어서.. 정말 다치신 데는 없이유?..괜찮다니까요. 별 시비도 못 걸고

 

 발등만 아팠습니다. <그러니 맘을 곱게 쓰야지...>

 

 

 

>민이: 흠. 또 한명 맘에 드는 후배가 들어왔군요. 그 녀석이요. 현철이요

 

 생긴 건 영 아니지만 재밌네요. 순진한 것 같구요. 그래 내가 넌 잘

 

 봐줄께... 앗 뜨거! 얘 어딜 만지니?!!! 잘 봐준다는 거 취소 해야겠습니다.

 

 녀석이 커피를 뽑아와 가지고 들고 있다가 나한테 쏟았습니다. 바지가

 

 더렵혀졌군요. 이래 가지고 어떻게 집에 가죠?... 녀석이 커피를 닦아 준다는

 

 게 허벅지를 만지는 꼴이 되었습니다.<짜~슥... 어딜!! 응큼하긴... ^^>손을

 

 세게 치며 화를 냈습니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네 의도는 내가 오해 없이

 

 받아들이는 건데 미안해. 큰 눈망울에 눈물까지 맺히며 슬픈 얼굴로 사과를

 

 합니다.<자고로, 남자든 여자든 상대방의 눈물에 약한 법!! 쨔식~ 수를

 

 쓰는구만... ^^ > 내가 다 미안할 정돕니다. 괜찮아. 옷이야 빨면 되지....

 

 죄송하구먼유~  커피를 거기 놓아두는기 아니었는디... 그리고 그냥 닦아

 

 줄려구요. 여기 제 손수건...  오늘 제가 왜 이러지요?... <그럴 수도 있지

 

 뭐...>

 

 

 

>철이: 뭐야? 이럴 줄 알았으면 오전에 저 녀석이 사과를 했건 말았건 대놓고

 

 화를 내버리는 건데 그랬습니다. 그녀는 왜 또 저렇게 즐거운 표정입니까?

 

 다리를 이상한 모양새로 한채, 자전거 뒷 자리에 앉았습니다. 나도 자전거를

 

 살까보다. 진짜 사귀는 사람이 생긴걸까? 기분이 안좋네요. <그맘 이해할 수

 

 있어~,,, ^^ > 해지는 캠퍼스의 그녀가 사라진 정문 길로 나도 퇴교를

 

 합니다. 버스는 또 한참만에야 오겠지요...

 

 

 

>민이: 얼룩이 심하게 졌습니다. 버스타고 가기가 뭐 합니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 겠습니다. 그런데 큰 길까지는 어떻게 걸어가지요? 호호 녀석이

 

 부끄러운 듯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자전거로 집까지 태워준답니다. 서울이

 

 자기 동네처럼 작은 줄 아나 봅니다. 그래 자전거 뒤에 타면 얼룩이 안보일

 

 수도 있겠다. 학교 앞 큰길까지만 태워 달라고 했습니다.  떨지마.

 

 괜찮다니까... <지두 남자라구.... 참~ > 자전거에 타고 해지는 캠퍼스를

 

 달리는 것도 참 좋군요.  그렇게 볼려고 해도 잘 안보이던 그가 이상하게

 

 이럴 땐 또 마주쳐지네요. 아참!! 커피얼룩. 다리를 오므렸습니다. 떨어질 뻔

 

 했습니다. 바로 그의 앞에서요 그도 바로 내 앞으로 자전거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지요. 떨어졌으면 나도 그처럼 도망을 쳤어야 했을까요? 괜히 웃음이

 

 납니다. <푸하하~ 우헤헤?... ^^  우껴 불구마이~> 야~ 천천히 가.....

 

 브레이크가 말을 잘 안들어요.

 

 

 

>철이: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었던 껀수는 시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잉?..> 나쁜 형아. 그녀가 놓고간 책은 그녀와 나를 인연

 

 맺어주기 위해 하늘이 내리신 연줄이었는데 내가 것두 모르고 침발랐고, ^^

 

 그녀가 얼떨결에 준 테이프는 내 잘못을 용서하시고 하늘이 마지막으로 준

 

 연줄이었는데 우리 형아가 다른 노래로 녹음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뜨~~~아> 메탈리카? 오지오 서븐? 이니... 맘스틴은 누구여?

 

 

 

>민이: 메탈 뭐라고 하는 그룹이 우리나라에 왔다고 합니다. 다 늙은

 

 아저씨들이 배까지 나와가지고 빽바지에 머리까지 기르고 노래를 희한하게도

 

 부릅니다.<아마도 철이 형이 좋아한다는... 그 메탈그룹?...> 저런 노래는

 

 누가 들을까요?<누가 듣긴... 니가 짝사랑하는 머슴아 형이 듣지... ^^> 공연

 

 녹화방송을 하는데 사람들이 참 많네요. 호호.. 그하고 닮은 사람이 참

 

 많이도 발광을 하는 모습이 비추어 졌습니다. <철이 형인가 부다~ ^^>

 

 우습네요. 언니가 딴거 보자는군요. 알았어~

 

 

 

>철이: 봄이 완연해졌습니다. 돋는 새싹들 처럼 내 마음도 파래집니다.

 

 남자는 가을을 탄다는데 난 봄도 타고 있습니다.<난, 사계절 다 타는데...^^>

 

 사대로 난 길에서 봄바람이 날 간지럽히고 가네요. 강사님 진도 좀 천천히

 

 나가요~ 하나도 못 알아 듣겠습니다. 내가 왜 이걸 들었지?<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면서!! ^^> 교양과목을 듣고 나오다 그 개성 있는 놈을

 

 보았습니다. 어쭈. 이제는 아주 어려 보이는 여학생들한테도 찝쩍되는구만!!

 

 여학생 많은 과는 좋겠다.<누구도 부러울껄?!!> 저렇게 생겨도 과내에서

 

 여학생들하고 친해지는구나...^^ 그것도 후배들하고 말이야. 저 녀석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이 건물을 웃으며 다니겠지요.

 

 

 

>민이: 친구가 짧은 스커트를 입고 왔습니다.<어이구~ 여우...> 오늘 공대

 

 교양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아예 작정을 하고 온 모양입니다. 4학년이나

 

 되어가지고... 쯧쯧. 공대 남학생들 전 하나도 쳐다 보질 않네요.<늑대들

 

 근성이 어디 가남~?>모두 친구에게만 시선을 주었습니다. 친구는 아예 수업을

 

 포기했습니다. 수업시간에 거울은 왜 보냐?...  이번 교양 수업에도 그는

 

 만나지지 않았습니다.  공대 앞에도 봄의 따사한 햇살이 너무나 기분 좋게

 

 내리고 있습니다. 이 건물 어딘가에 그가 있겠지요.<널 그리며...^^>

 

 

 

>철이: 일요일에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내가 자주 앉던 자리는 이미 누가

 

 앉아 버렸네요. 그녀의 모습도 보이질 않습니다. 조금 있으면 중간고사지만

 

 아직 몇 주 남았습니다. 가방만 차지한 자리가 많습니다. 시험 몇 주 전부터

 

 교양공부 해보긴 첨 인거 같습니다. 기초 일본어. 기초는 무슨... 전공보다

 

 어렵다. <그러게, 누가 일어교양 들어라고 했어~ 지가 좋아서 한걸...^^>교양

 

 한 과목 때문에 사전사기가 아까웠습니다. 수업시간에 토 달고 뜻 달고

 

 무던히 노력을 했지만 모르는 글자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커피나 한잔 하고

 

 와야 겠습니다. 자판기 앞에 사람이 없네요.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를려고

 

 했는데... 누군가 맹물이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아릿따운 소녀의

 

 목소리였습니다. 고개를 돌려보았습니다. 이럴수가!! 그녀가

 

 휴게실에 있었군요.<그럼, 그 아릿따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으~ ^^> 그녀의

 

 친구와 자판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었습니다. 왜 못봤을까? 그녀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아무말 못하고 머쩍한 표정만 짓고는 돈을 뽑아

 

 돌아섰습니다. 가만... 오늘따라 왜 그녀에게 말을 걸 용기가 났을까요? 다시

 

 돌아 섰습니다. "저기요..?" 이거 제가 한말 아니에요. 그녀가 한 말이에요.

 

 전 "저기..."까지만 말했어요.<그럼, 그렇지!^^>

 

 

 

>민이: 일요일에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내가 자주 앉던 자리와 그가 자주  

 

 앉던 자리는 어느 씨씨가 차지해 버렸네요. 한쪽 구석에 친구자리와 내

 

 자리를 맡았습니다.  친구는 좀 늦게 나왔지요.  내가 맡아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 잘못이 크니까요. 컴퓨터 교양 때문이었습니다. 모레까지

 

 레포트를 내야 하는데 둘 다 아는 게 있어야지요. 뭘 짜오라는데 컴퓨터가

 

 실입니까? 뭘 짜오게...<푸하~~~~~ 얘도, 한 유머하는 군요.^^> 책을 펴서

 

 한동안 끙끙 알았습니다. 컴퓨터 참 쉬워요. 책제목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쿠쿠... ^^> 제 주위에 컴 잘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컴퓨터에

 

 언어가 있다는 것도 이주 전 처음 알았는데.... 벌써 포트란? 그걸로 뭘

 

 짜오라고 했습니다. 모르겠다. 커피나 한잔 하고 오자. 호호. 꼬시다~ 친구가

 

 뽑은 컵에서는 따뜻한 물만 매정하게 고여 있었습니다.  휴게실에 앉아

 

 친구와 잠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는데 그가 도서관에 있었군요. 흠~

 

 친구도 옆에 있고 오늘 편지를 가져왔더라면 눈 딱 감고 줘 버릴 수도

 

 있었겠는데... 아쉽네요. 그는 나를 못 본 모양입니다. 자판기 앞으로가

 

 동전을 넣는군요. 그래 말해주자... 난 그에게 물이 맹물이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하고 달리 착하지요?<음~ 역시!! 착한 민이...^^> 그는 나를

 

 돌아보긴 했지만 머쩍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 말 없었습니다. 오늘따라 그와

 

 말이 하고 싶습니다. 뭐 지금껏 그와 대화한 적도 없지만 분명 그와 난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저기..." 이거 제가 한 말 아니에요. 전 "저기요."

 

 그랬어요. 친구와 전 컴퓨터교양의 교재를 들고 있었습니다.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요? 그가 전산과 학생이라는 것을. 열람실로 돌아왔습니다. 그하고

 

 얘기를 많이 했냐구요? 아니요. 별로 못했어요. 하지만 잘 될거 같아요... 전

 

 지금 기초 일본어란 책을 들고 와 발음을 적어주고 있습니다. 참 쉬운 단어들

 

 뿐입니다. 뜻도 같이 적어주고 있지요. 제가 참 어려워 했던 그 레포트는

 

 그가 컴 없이도 당장 짜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기..." 다음에

 

 "일교과 다니시죠?" 그렇게 말했고, 난 "저기요." 다음에 "전산과 맞죠?"

 

 라고 말했습니다. <둘다 또~옥 같군...>그와 난 겨우 그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을까요? <다음 기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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