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성당 게시판

기도 하나! (잊어버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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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향 [gocarlo] 쪽지 캡슐

2001-02-04 ㅣ No.3100

피정 중 식당에 걸려 있던 기도 하나가 너무 마음에 와닿길래

나쁜 머리로 무지 고생해서 외웠는데, 자꾸 잊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과 함께!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지워지질 않아서...

 

 

제목은 잘 모르겠고, 최민순 신부님의 시입니다.

 

받으시옵소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아니라도

여기 육신이 있읍니다. 영혼이 있읍니다.

본시 없던 나 손수 지어 있게 하시고 죽었던 나 몸소 살려주셨으니

받으시옵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이 목숨 이 사랑

오직 당신 것이오니 도로 받으시옵소서.

갈마드는 세월에 삶이 비록 고달팠고 어리석던 탐욕에 마음은 흐렸을망정

님이 주신 목숨이야 늙을줄이 있으리까. 심어주신 사랑이야 금갈줄이 있으리까.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당신의 것을 도로 받으시옵소서.

가멸고 거룩해야 바쳐질 수 있다면 영원이 둘이라도 할 수 없는 몸.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하오리까.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하오리까.

님께 바칠 내 것이라곤 이밖에 또 없사오니 받으시옵소서 받아주시옵소서.

가난한채 더러운채 이대로 나를 바쳐 드리옴은 님을 굳이 믿음이오라

전능하신 자비 안에 이 몸이 안겨질 때 주홍같은 나의 죄 눈같이 희어지리다.

진흙같은 이 마음이 수정궁처럼 빛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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