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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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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명 [rakisis] 쪽지 캡슐

1999-09-16 ㅣ No.404

샴토끼 혹은 삶, 토끼

(* 샴토끼 : 신체의 일부가 붙은 샴쌍둥이에게서 빌려온 조어)

 

 

 

 

샴토끼가 태어났다 의료진들은 두 토끼를 분리하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서로의 존재를 눈치챈 순간부터 토끼들은 서로를 사냥꾼

이라고 의심했다 의사들이 거울을 보여주어도 그들의 생각은 변하

지 않았다 빨리 사냥꾼을 없애달라고 아우성만 쳤다 그러나 날카로

운 메스도 고난도의 의술도 토끼들을 분리할 수 없었다 등이 붙은

채 두 토끼는 살아야 했다 식사도 같이 하고 화장실도 같이 가야 했

다 밤이 되면 서로를 감시하느라 눈을 붙이지 못했다 서로를 두려워

하며 그들은 자랐다 세월이 흐르자 그들은 서로를 사냥꾼이라 주장

하는 데 지쳐갔다 심지어 사냥꾼이 등뒤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때

도 있었다 오직 등뒤만 경계하면 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시간이 흐르

고 늙어가자 그들은 서로를 사냥꾼이라 자처하고 용서해달라고 울

먹이기도 했다 때때로 서로의 존재를 잊어버리기도 했다 임종 직전

엔 서로의 존재를 완전히 잊게 되었다 그러자 두 마리의 토끼는 한

마리의 토끼가 되었다 토끼들에겐 아니 토끼에겐 하나의 관만이 필

요했다

 

 

 

사람과 사람이 등을 기대고 살아가는 것이

위에 있는 토끼들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데

항상 사람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때문에 웃고

사람때문에 우는

그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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