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동성당 게시판
추석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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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날에
쪽빛 엽서를 쓰고 싶네 몇 다발 정맥을 풀어 견딜 수 없는 안부와 그리움의 목례를 쓰고 또 쓰고 모조리 찢고 다시 또 쓰고
갑자기 퍼붓는 함박눈 사이로 자줏빛 달개비들 얼어 죽은 길로 동백 꽃송이 검은 머리카락에 곱게 싸들고 지워진 길을 다시 가겠네 흰 눈밭 위를 걷고 또 걸어 성급히 당신에게로 이제 곧 가고 싶네
성실한 답장을 받겠네 문 열어보면 거기 당신의 소인 쌓인 인주빛 언덕에 기대 서로를 옥바라지하며 해후의 글씨를 다듬고 다듬는 그리운, 그리운 당신과 우리들
詩 김 경 미
누군가에게 보내질 글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그러다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사연들... 지금은 누군에게 짧은 글하나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