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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명 [rakisis] 쪽지 캡슐

1999-09-22 ㅣ No.422

쓸쓸한 날에

 

 

쪽빛 엽서를 쓰고 싶네

몇 다발 정맥을 풀어

견딜 수 없는 안부와 그리움의 목례를

쓰고 또 쓰고

모조리 찢고 다시 또 쓰고

 

 

갑자기 퍼붓는 함박눈 사이로

자줏빛 달개비들 얼어 죽은 길로

동백 꽃송이

검은 머리카락에 곱게 싸들고

지워진 길을 다시 가겠네

흰 눈밭 위를

걷고 또 걸어

성급히 당신에게로

이제 곧 가고 싶네

 

 

성실한 답장을 받겠네

문 열어보면 거기 당신의 소인 쌓인

인주빛 언덕에 기대

서로를 옥바라지하며

해후의 글씨를 다듬고 다듬는

그리운, 그리운 당신과

우리들

 

 

詩 김 경 미

 

 

누군가에게 보내질 글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그러다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사연들...

지금은 누군에게

짧은 글하나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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