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사랑한다. 정말로....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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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8-10 ㅣ No.3559

얼굴이 동그랗고 눈이 작은 귀여운 소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내가 다니는 답십리본당에서 복사를 서는 아이였습니다.

나는 그 아이의 성도 이름도 몰랐고 그 아이의 부모가 누구인지 몰랐을 뿐 아니라 굳이 알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그 당시가 아마 털보신부라고 불렀던 탁현수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이 계셨던 때인가, 김정홍 루도비꼬 신부님이 계셨을 때인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만 해도 우리본당 출신 사제 부제님들이 해마다, 또는 곱배기로 배출되는 경우가 있어서 어깨에 힘주고 잠실운동장이며 올림픽회관, 명동성당 등지를 열심히 쏘다니며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기정 사도요한 신부님이 계실 때 복사아이들은 평일미사 때마다 앞줄에 앉아

"나는 신부가 되기를 ....." "나는 수녀가 되기를...."하며 큰소리로 외우면서 선서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나는 그 귀여운 소년이 그 중에 있음을 매우 흡족히 여겼습니다.

그 소년이 내 아이가 아니었음에도, 그리고 내가 아는 이의 자녀가 아니었음에도 나는 그 소년이 언젠가 신부가 되든 안되든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을 보며 행복해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눈 닦고 찾아보아도 얼굴이 동그랗고 눈이 쬐끄만 그 아이의 귀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부모를 따라 그 아이가 멀리 이사를 간 것이거니 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젊은 청년을 제 직장에서 만났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만난 적이 없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청년이 제게 그러더군요. "국장님. 답십리 성당에 다니시잖아요?"

"자네가 그걸 어찌 아나?"

"저요. 답십리성당에서 복사를 섰었는데요"

"그래. 그래 맞았다. 너였다! 너였어!"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났습니다. 헌데 그 청년은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복사를 섰던 소년이 청년이 돼서 성당을 안 나간다니 말이 됩니까?

저는 그날부터 그 청년을 위해 기도했고, 만날 때마다 노래처럼

"너, 임마 성당 안 나갈래? 너 왜 그러냐?" 줄창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청년이 찾아와서

"저. 지난주부터 답십리성당에 다시 나가요. 청년성가대도 하거든요."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든지

"오 나의 하느님, 찬미 영광 받으소서!":하며 속으로 울었습니다.

그 청년이 얼마나 예쁜지, 그를 성가대원으로 받아준 답십리성당 청년들이 얼마나 예쁜지 그날 나는 그 청년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청년성가대 집합시켜. 내가 밥 사께, 안되면 호프라도 한잔 사게..."

 

그 약속 밥값을 나는 이번 청년성가대 피정 가는데 쓰라고 그 청년에게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청년들 카페 아마빌레에 후원비를 받았다고 그 청년이 글을올렸더군요. 저도 그 카페에 글을 올릴려 했지만 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하기에 여기에 제 자랑처럼 늘어놓아 참으로 죄송합니다.

 

저 비록 가진 것 없고 나이 60이 넘어서도 월급쟁이 신세이지만 이런 맛에 늘 행복하고 즐겁게 삽니다.

사랑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사랑합니다. 그 청년과 멀리 갔다가 돌아온 그 청년을 반갑게 맞아준 우리 답십리 청년 여러분을 정말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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