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한가위 ’21/09/21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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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9-15 ㅣ No.4784

한가위 ’21/09/21 화요일






 

오늘 아침 기도하면서 문득 우리 아버님과 어머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분들과의 추억이 생생히 머릿속에서 되새겨졌습니다.

저는 어릴 때 어느 추운 겨울날 아버지와 함께 언덕을 넘어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불어닥쳤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제가 세찬 바람에 날아갈까 봐 그러셨는지, 제 손을 꼭 잡아당겨 아버지 쪽으로 끌어 당겨주시고, 계속 손을 꼭 잡고 걸어가셨습니다. 저를 쳐다보시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든든하고 확고한 손길이 지금도 느껴집니다.

어머니는 제가 그 추운 겨울날 집에 돌아왔을 때, 대야에 뜨거운 물을 떠서 제 발을 담가주시고는 발을 주물러 주셨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의 그 한없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물이 뜨겁다고 투정을 부렸던 저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부모님과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계십니까?

여러분은 여러분 부모님의 어떤 모습이 떠오르십니까? 여러분이 간직하고 계신 부모님의 좋은 모습은 무엇입니까?

부모님과 많은 추억이 있으시겠지요. 싫었던 순간도 떠오르시겠지만,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감사하고 부끄러운 순간들이 우리를 새삼 감사의 정을 느끼게 해주십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아버지 어머니를 통해 저를 세상에 낳아주셨고, 부모님과 일가친척을 통해 양육해 주셨으며, 학교 선생님과 동네 어르신들과 사회 선후배 동료들을 통해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천주교회를 통해 세례를 받으며 신앙을 간직하게 해주셨고, 우리가 믿고 고백하게 된 주 예수님을 통해 우리 인간이 걸어 나갈 참 생명의 길을 가르쳐주시고, 신부님과 수녀님, 대부모님, 특별히 우리 본당의 주보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101위 한국순교성인들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한국순교복자들과 최양업 토마스 가경자 및 증거자 등 한국천주교회의 위대한 선배 신앙인들을 통해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보여 주셨고, 성령을 보내 내주시어 우리가 그 길을 걸어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채워주셨습니다.

 

오늘 한가위를 맞아 아버지 하느님의 영으로 우리를 세상에 내신 부모님과 조상님들, 우리를 가르쳐주신 일가친척들과 선생님들과 동네 어르신들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직접 느끼고 겪어보지 않았지만, 오늘 우리가 있기까지 역사의 순간순간에 인류와 우리 민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헌신하신 열사들과 의사들 그리고 각자지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기여한 학자들과 운동가들을 비롯한 많은 의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지 않았어도 우리 인생 역사 속에 함께하며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시고 반면교사를 통해 우리를 일깨워 주신 우리 이웃들과 동시대 인류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지금 우리 바로 곁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우리가 외롭거나 힘겨워하지 않도록 우리의 동료요 가족이 되어 있는 신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지금 명절을 지내고 있는 이 시간에도 우리 사회를 위해 묵묵히 자기 맡은 바를 다하며 헌신하고 있는 공직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보면,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홀로 떨어져 살지 않도록 하시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 의지하고 보호해 주며, 끌어 주고, 함께해주고, 밀어주면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사회체제를 구성해주시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안배해 주시고, 인간 사회와 자연 체계와 체제의 설정 취지와 다르게 인간 사회와 자연 체계 안에서 살아가며 겪는 또 다른 어려움과 아픔을 치유해 주시고 보호해 주시며 섭리로 이끌고 계신 아버지 하느님께 진정 감사드리며, 찬미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갖가지 은총과 축복을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형제·자매들과 나누면서, 나누면 나눌수록 더 커지는 주님의 은총과 축복으로 참 좋은 하느님 나라를 만들라고 이르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예수님께서는 물이 고이면 썩고 냄새가 나게 되므로 물을 가둬 두고 고이지 않도록 하듯이, 주님 사랑의 축복과 은총이 널러 퍼져나가도록 하라고 하십니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16-19)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형제자매들을 통해 베풀어진 주 하느님의 은총을 망각하고 나 몰라라 하며,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사적이고 이기적인 탐욕에 빠지게 되면, 우리 자신도 다 쓰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긴장과 경계와 경쟁과 대립의 관계로 만들어 버려서, 스스로 고립되고 불안 속에서 살아가다가 결국 버림받은 채 생명을 다할 수 있음을 경고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20-21)

 

오늘 한가위,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를 만끽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기쁘고 즐거운 순간순간 어디선가 가족과 친지 없이 홀로 지내는 이들도 기억해 주시고, 코로나19 시기라 몸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일가친척, 은사들, 후원자들과 지지자들께 전화와 기도로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제가 부임하여 얼마 안 되어, 미처 한가위 명절에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일일이 다 챙기지 못해서 우선 아가페 후원금으로 선물을 드렸습니다. 작년도 주보를 보면, 한가위 몇 주 전부터 모금했던 것으로 나오던데, 이번에는 시간이 충분치 못해서 아쉬운 대로 그전에 모금된 기금에서 나누었으니, 혹시 이번 한가위에 어려운 이웃과 물질적으로도 나누시고 싶신 분들은 나가시면서 사무실에서 아가페 후원금을 채워주시면 좋겠습니다.

 

추석 한가위, 주님의 축복과 은총 안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연휴가 되시기를 빕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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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꽃꽂이

http://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3&id=184267&menu=frpeterspd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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