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성가
“나의 생명, 삶 드리니 주여 받아주시어……”
정성스러운 마음이 그윽한 음률에 실려
백설부(白雪賦)처럼 푸근히 날리네.
오늘, 2차 헌금은………
노(老)사제의 굵직한, 힘찬, 그리고
간절하신 향주(向主)실천을 외치시네.
내 마음,
실눈으로 어둠을 더듬어 헤매네.
왼쪽, 오른쪽 주머니 더듬는 마음은
벌써 가난한 거지가 다 되어
찢어진 조각난 마음만 잡히고
갈비뼈 속 숨긴 보화는 숨을 죽이네.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 바닷가 마을
지진으로 죽고 비명 소리 뒤죽박죽
죽은 이만 수십만, 아픈 이 일천만이라고
“그들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니라.”
십자가위 걸걸하신 강론이 쩌렁쩌렁 높으시다.
허둥지둥 시간은 가고
용렬한 더듬이 손은 멈추고
“이는 내 몸이니라.”
“아멘.”
“나의 생명을 드리니 주여 받아주소서!”
봉헌의 노래가 허공에서 맴돌다가
거미줄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교중미사는 그래도 살아있어
춘삼월 꽃피면 십자가 나무에
새움이 고울 게라고
노 사제 강론만이
하염없이 아득하시네.
2005. 1. 2.(일)
교중미사, 2차 헌금 바구니가 놓인다.
어허, 어쩌나! 더듬이 같은 손이 이리저리 더듬다가 용기를 내어 본다. 손에 걸리는 배추 잎 하나가 너무나 아까워서….
어제 친구들과 사회정의, 이웃사랑을 얘기 할 때에는 그렇게 씩씩하던 내가, 2차 헌금 바구니 앞에서 이리도 참담한가? 아, 나약한 심사여! 비참한 사랑이여!
“내 여유 있으면 이웃돕기 많이 할 거야.” 언제까지 이 핑계가 나를 옹호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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